지렁이 옮기기

058. 지렁이 옮기기

비온 뒤 맑음.

누군가는 애타게 기다린 순간이지만

지렁이에게는 어지간히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그늘은 점점 사라져가고,

따가워지는 뙤약볕에 마음은 급해져간다.

느릿느릿 자리를 옮기려고 해보는데

그게 맘대로 되겠나.


그런 지렁이를 손으로 집어서 그늘로 옮겨주려 했는데

그 특유의 촉감이 무서워 자꾸 녀석을 잡았다가 놓쳤다가를 반복했다.


그때, 지나가던 돌봄 교실 학생들이 이런 나를 보고 흥미 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중 유독 머리가 짧은 남학생이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보란 듯이,

지렁이를 집어 그늘로 옮겨 줬다.


지렁이에게 인사까지 하는 녀석의 여유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들에게 생명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