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세계 뉴스

이어지는 나의 하루

by 순수

전쟁은 늘 멀리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

뉴스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전쟁이 내 하루 속으로 들어왔다.


뉴욕에 있는 딸이 두바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국내 뉴스보다 국제 뉴스를 먼저 찾아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동안 내게 전쟁이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동시에 실감 나지 않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민간인 사망 기사보다,

지금 당장 나를 괴롭히는 잠깐의 두통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시간으로 28일 밤늦게 뉴욕에 도착한 딸이

아직도 두바이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내 가족과 직결되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중동 사태에 관한 세계뉴스를 검색하게 된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낯선 지명들도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는 쿠르드족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참전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국가 없는 최대 민족'이라 불리는 쿠르드족.

그들의 척박한 삶이 궁금해 여러 기사를 찾아보았고

그 속에는 미국과 얽혀 있는 긴 역사와 약속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즐겨 듣던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자의 오래된 경험담을 들었다.


90년대 초 터키 여행 중 모래폭풍을 피해 무너진 성곽 안에 들어갔는데

그 속에서 숨어있던 쿠르드족 소년을 만났다고 한다.

전쟁으로 부모과 헤어지고 형과 함께 떠돌다 그곳까지 흘러왔다고 했다.


형은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고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성곽 안에서 형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둘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과 발짓, 그리고 그림까지 그려가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낯선 여행자와

낯선 전쟁의 아이가

잠시 같은 시간을 나눈 것이다.


버스 시간이 되어 헤어지려 할 때 그 소년이 갑자기 그를 꼭 안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진행자는 쿠르드족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이번에는 꼭 미국이 약속한 것을 받아내길 바란다며..


저녁에 뉴욕에 있는 딸과 통화를 했다.

오늘도 두바이로 돌아가는 비행 소식은 없다고 했다.


어제 뉴욕에 도착했던 비행기는

딸보다 먼저 도착했던 크루들과 함께 두바이로 돌아갔지만

자신들은 언제 갈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표정이 어두웠다.

벌써 일주일이 되어가고 뉴욕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다며.


나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좋은 생각을 하며 뉴욕이라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보라고 했다.

딸은 알겠다고 했지만 어쩐지 내 말을 반쯤만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두바이는 낮에는 모두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밤이 되면 어디선가 쾅쾅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딸이 뉴욕에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딸의 마음은 두바이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그리고 익숙한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듯했다.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ᆢ


내일 아침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에 반가운 기사가 하나 올라오길 기다려 본다.

[Chat Gpt가 만들어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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