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한 마리
매가 솟아올랐다가 날개를 접고 곤두박질칩니다.
매서운 눈이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시선이 공중에 머문다면 먹잇감은 날개가 달렸음이 분명합니다.
시선이 땅에 머문다면 먹잇감은 다리가 달렸음이 분명합니다.
시선이 물에 머문다면 먹잇감은 지느러미가 달렸음이 분명합니다.
사냥의 성공여부는 준비단계에서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
그리고 얼마나 힘차게 하강하느냐로 결정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내려가는 것을 ‘추락’이라고 부를 리 없습니다.
대개 추락은 스스로 벌이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움츠러든 날개, 떨궈진 고개, 힘없이 감은 눈,
이미 바닥으로 떨어뜨린 마음은 분명 스스로 벌인 일입니다.
목적한 삶을 다시 떠올릴 수만 있다면,
멀리 볼 수 있는 눈, 날카로운 부리, 멋진 날개가
자신에게 여전히 있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먹이를 낚아채, 둥지로 물고 가던 일을 떠올릴 수만 있다면,
‘추락’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성립될 수 없습니다.
이제 땅으로 떨어질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 마음이기에, 바닥에 떨어져도 번복하고 회수할 수 있습니다.
자유 낙하를 중지하고, 다시 솟아오르세요.
다음 사냥의 성공 여부도 준비단계가 중요합니다.
매 한 마리를 봅니다.
다시 날개가 뻐근하도록 날아오른 다음, 다시 눈을 매섭게 뜨고,
다시 미사일처럼 곤두박질하는 늠름한 새.
멀리서 봐도 눈빛이 살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