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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May 07. 2016

산사의 개, 수도원의 개

같은 방향을 바라보네, 한없이

       

‘화암사 깨끗한 개 두 마리’라는 시가 있습니다.

시인 안도현 선생님의 아름다운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산사 안마당의 평온한 풍경이 눈앞에 절로 펼쳐지는,

담채화 느낌의 맑은 시를 가끔 꺼내 읽곤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수도원의 풍경이 따라 떠오릅니다.

오래 전, 며칠 머물며 '먼 북소리'를 들었던 곳입니다.

그곳에도 의젓한 부부 개와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어요.


혼자서 재미있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수도원의 개와 산사의 개가 만난다면…?


이런 그림, 어떨까요?

으르렁거릴 일도 없이, 혹은 견생犬生을 논할 일도 없이

햇빛 잘 드는 처마 밑에 나란히 앉아, 한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를테면,

세상의 끝쯤 되는 먼 풍경에 아득히 시선을 두고

그리 향해 가는 시간의 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살랑살랑 바람이 실어 오는 봄꽃 향기에 코를 킁킁대면서.


*

오늘 하루, 곁에서 무르익는 봄 풍경을 ‘듬뿍’ 누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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