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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Dec 04. 2016

『 · 』

- 힘겨워하는 당신에게

1.     

나는 ‘점’입니다.

나는 허공에 떠 있고 외롭습니다.

참, 아무 것도 아니지요.

당신에게도 분명치 못한 점, 부족한 점,

죄송하고 안타깝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지금은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2.     

하늘에 떠올라 ‘한 점’이 되었다가

내려 와 환호하는 관중석 한 가운데 꽂혔지요.

1982년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에서

MBC청룡의 이종도 선수가 쳐낸

연장 10회말 좌월 끝내기 만루 홈런.   


전 세계인이 TV로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까마득히 ‘한 점’이 되어

모든 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최초로 달에 착륙해 탐사를 마치고 다시 나타났지요.

1969년 발사 된 우주선 아폴로 11호.


‘한 점’ 씩 찍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지요.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데에는

100시간 이상 200만 번 이상, 점을 찍는다는

화가 미구엘 엔다라의 점묘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그렇게 한국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탄생했지요.



3.     

  우리는 점이 맞아요. 참, 별 거 없지요. 그러나 주변의 허공과 여백을 ‘가능성’이라고 부르며 살고 있지요. 세상살이에서는 깜빡깜빡 점멸하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매일매일 별을 점등하며 살고 있지요. 그리고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지구도 작은 점일 뿐이겠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를 넉넉히 품고도 남을 가슴으로 살고 있지요.

  그러니 이 점, 분명히 해야겠어요. 당신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복점’이에요.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저 역시, 점일 뿐인 걸요. 삶에 한 획을 긋기는커녕 하루하루 점을 찍기 바쁠 뿐인데요. 그러나 삶의 여정에서 찍어내는 모든 점들을 연결하면 바로 내 모습의 진실일 것으로 믿습니다. 점묘화처럼요.

  그런데요. 신이 인증하신 복점이 틀림없는 우리이지만, 혼자서 슈퍼 히어로 노릇을 하기에는 벅찹니다. 세상이 너무 크고 다양하고 복잡해서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더 테레사의 말 속에서 단초를 제공 받습니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함께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멘붕’의 공간에 둥둥 떠 있다든가, 꼬일 대로 꼬이고 얽히고설켜 어디서부터 풀어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 점들과 만나 힘을 모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작은 점 하나’가 하는 일이니, 그리 절차가 어려울 일도 아닙니다. 아래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4.     

  사람이 도무지 다닐 수 없고 다녀서도 안 될 것 같은 사막이 펼쳐진 곳에서 점 하나가 보입니다. 까마득히 걷고 있는 한 사람, 당신입니다. 당신의 뒷모습이라면 내 마음은 버겁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신의 앞모습이 보입니다.

  앞모습이 보이면 도착하는 거. 뒷모습이 보이면 떠나가는 거. 그래서 나에게 당신의 등이 보인다면 절망이겠지만, 앞모습이 보이니 희망입니다. 당신의 얼굴이 또렷이 보일수록 희망입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당신이 바로 나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져가는 게 소망입니다.      


5.     

점점, 나아질 겁니다. 이 점, 절대 잊지 마세요. 복점은 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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