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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Oct 28. 2015

가을날의 동화

어른을 위한 우화

여름을 씩씩하게 지낸 나뭇잎들이 떨어져갑니다. 

잎사귀들에게는 저 땅이 바로 돌아갈 곳입니다. 땅 위에 내려 엎드려 있다 보면 이내 땅 속으로 길이 열리고, 지금은 알 길이 없는 어느 미래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거지요. 


길 위에서 엎드려 바닥과 맞대고 있는 잎사귀들의 차분한 기다림을 봅니다.

바람을, 또는 사람들의 발길을 잠깐 따라가 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땅 위에 귀를 대고 있는 질박한 희망을 봅니다. 


또,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길도 바라봅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내려와 길에서 길로 이어져가는 크고 작은 느낌표들의 행렬들. 사람이 딛어 가는 땅들 위에서 삶의 온기들도 이내 나뭇잎들의 길로 스며듭니다. 


나는 나의 길, 모퉁이까지 낯익고 정겹기만 한 나의 길을 갑니다. 

내가 가고 오는 길로 그대가 오가는 것을 압니다. 지금은 서로 교차하며 잔상을 남기지만 언젠가 그 길에서 마주치는 영상을, 나뭇잎들에게 부탁해 미래의 시간 속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오늘 하루, 가슴의 소리에 바짝 귀를 대고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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