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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Dec 16. 2019

똑바로 걷기

어른을 위한 우화

          

당신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바닷가에서, 아기 게가 엄마 게로부터 첫 걸음마를 배우고 있었다.     

 

어미 게 : 걸음마, 걸음마. 아가야. 앞을 보고 똑바로 걸으렴.

아기 게 : 엄마, ‘똑바로’ 걷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엄마 게 :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곧게 나아간다.’는 뜻이란다.

아기 게 : 다들, 우리 보고 옆으로 걷는다는데요.

엄마 게 : 원래 게들은 옆으로 걷는 게 똑바로 걷는 거란다. 허리 펴고 집게발을 들고 당당하게 걸어 보렴.    



그때 나는 당신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제대로 걸어야 제대로 산다.>라는 강연을 전문가로부터 듣고 있었다.       

듣고 보니 걷기를 논하기 전에 서 있는 자세부터가 문제였다. 구부정한 자세가 문제였다. 팔자八字로 걷기, 주머니에 손 넣고 걷기, 어슬렁거리며 걷기도 문제였다. 자주 안 걷는 것도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직립보행直立步行하기만 하면 사람다운 줄 알고 산 게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

중년 나이에 ‘걷기’부터 다시 배워야 할 판입니다.

하물며 사람의 길은 아직도 멀지요. 제대로 걸어서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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