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Dec 24. 2019

넌버벌 퍼포먼스

어른을 위한 우화

      

옛날 옛적에는 짐승들도 말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와 달, 꽃과 나무와 돌, 무지개와 바람도 말을 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의 존재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말이 있었다. 이 때에는 사람의 말만 말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참 공평한 세상이었다.     


사람 중심의 세상으로 돌아가면서 사람 외의 존재들은 그만 말을 잃었다. 사람들은 다른 존재들과는 대화를 원치 않았고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다른 존재들은 몸짓과 소리만 남았다. 이 때부터 사람의 귀는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사람 사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말을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대화가 없거나 소통이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말할 일이 점점 없어지다가 어느 미래에는 우리의 말들도 몸짓과 소리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이 사라지고 난 후를 생각해 본다. 사람은 어떤 몸짓과 소리를 보여줄까? 사람은 다른 존재들에게 몸짓과 소리까지 금지시키다가 자신의 몸짓과 소리마저도 잃게 되지는 않을까.         

 

*

옛날에는 신도 사람에게 곧잘 말을 걸었었다지요. 신이 할 말을 잃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의 몸짓과 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혹시 사람만 빼놓고 신과 다른 존재들끼리는 서로 말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이전 08화 아기돼지 삼형제 비기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