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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Apr 04. 2020

양치기 인터뷰

feat. 양떼

  

나는 양치기입니다. 나는 양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양들과 함께 들판으로 나섰다가 저녁이 되기 전에 돌아옵니다. 양들은 나를 잘 따라줍니다. 양들이 따르는 것은 나를 표지판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고개만 들어도 내가 잘 보이니까요.     



물론 다 ‘양같이 온순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늑대에게 덤빌 만큼 용감한 녀석도 있고, 나를 잘 따르지 않는 녀석도 있고, 무리에서 앞서가거나 뒤처지는 녀석도 있습니다. 이끄는 일을 즐겁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녀석들입니다.     



양들은 나의 소유가 아닙니다. 나는 부모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양들을 행복하게 해줄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순 있습니다. 산과 강, 하늘과 바다, 달과 별, 사랑과 진실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미래의 어느 날에는 양들에게도 스스로 가야할 때가 있을 겁니다. 눈앞에 처음 보는 세상, 처음 겪는 일들이 펼쳐질 때가 있을 겁니다. 그때 보는 것이 내게 들었던 이야기들과 꽤 닮아 ‘한번 해 볼만 하지!’하는 생각이 불끈 들길 바랍니다.          


*

리더의 임무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하루하루 ‘이끄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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