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Jan 14. 2020

이런 그리움


1.

아내에게 들었다.

아이들의 단골 떡볶이집이 없어졌다고. 

주인 할머니는 손이 푸짐한데다 미소가 좋은 분이셨는데. 

그 자리에서 하신지가 몇 년 됐지, 아마. 

아니란다. 아내 얘기가 어림잡아도 10년은 더 됐다고 한다. 

“왜 그만두셨대? 애들도 섭섭하겠네.”

건물 주인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월세를 올렸는데 

맞출 형편이 안 돼서 저 아래 대학가 근처 시장통으로 가게를 옮긴다고. 

아내가 지나가다가 짐 싸시는 할머니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한다. 

기운 없어 보여 괜시리 마음이 찡하더라나.

할머니는 우리 가족이 지나갈 때도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곤 하셨지. 

손님이 없을 때에는 오가는 아이들을 눈여겨보며 이런저런 참견을 하시곤 했었다고. 

아내 말이 동네 아이들 이름을 꽤 기억하신단다. 

떡볶이집이 있던 자리에는 피부관리샵과 옷가게가 들어섰다. 


2.

몇 개월이 흘렀다. 

어느 날 아내에게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없어졌던 그 할머니 떡볶이집이 학교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이번에는 원래 있던 자리 건너편에.

“떡볶이집이 새로 공사를 해서 지나가다 들여다봤더니 글쎄, 그 할머니인 거야. 

인사를 했더니 얼마나 반가워하시던지......”

아내는 그 잠깐 사이에 할머니에게 잡혀서 몇 개월치 얘기를 한꺼번에 들었다. 

그걸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시장통으로 옮기고 나니 장사는 그럭저럭 됐는데 영 재미가 없더란다. 

몇 개월 마음고생만 하다가 학교 앞에 자리가 생겼다는 얘길 듣고 무조건 계약부터 했다고.

“시장통에는 다 큰 사람들만 지나다녀. 일하기도 싫고 밥맛도 없고 적응이 안 되는 거야. 

몽실몽실, 강아지 같은 애들이 몸서리치게 그립데. 아유, 이제 살 것 같구먼.” 


*

그때부터 떡볶이 할머니가 예사롭게 보이질 않더라. 어떤 경외감이랄까.



매거진의 이전글 귀 기울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