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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Apr 24. 2020

퍼즐 인생

         

1,000조각짜리 퍼즐을 선물 받았습니다.

유럽의 유명한 고성 풍경이었습니다. 진지하게, 인내심으로, 스스로 감탄해가며 열심히 맞추다가 거의 끝날 무렵에 조각 그림 하나가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잃어버린 건지, 원래부터 없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참, 허탈했습니다.      

내내 찾다가 결국 제작회사에게까지 연락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해당부서의 직원은 친절하게 몇 번째 줄 몇 번째 칸인지 묻다가 “이렇게 해결하는 게 더 복잡하니 차라리 통째로 반품을 하라.”는 겁니다. 한 조각이 없어서 완성되지 못한 퍼즐은 결국 제작회사로 보내졌고 감사하게도 며칠 후 같은 모델의 퍼즐을 다시 새 걸로 받았습니다.      

어느 미래에는 외톨이가 된 퍼즐 한 조각이 장롱 밑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 조각이 없는 999개의 퍼즐 조각들도 재활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진다고 합니다. 1,000개가 모여 완성되는 것만이 그 목적의 상품으로서 의미를 갖는 순간인 겁니다.   

       

*

나는 몇 개의 의미가 모여야 정말 근사하게 나다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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