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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Apr 25. 2020

만남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었는데

엉덩이가 통통한 벌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내 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가끔씩 내 곁으로 와서 나를 긴장시켰다

저놈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녀석에게

쏘였던 예전 기억이 되살아나

머리카락 몇 개가 곧추섰으나

이내 가라앉았다

그러다가 그 존재를 까마득히 잊었다

한두 시간이 흘렀을까

아!

잠시 잊혀졌던 그 존재가 떠올랐다

눈에 얼른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있을까

작은 존재는 출구를 찾고 있었다

들어온 그 틈새를 찾지 못해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꽤 힘찬 비상이다, 제 나름대로.          


*

작은 배려, 상대방에게는 뜻밖의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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