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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Apr 29. 2020

버려야할 것들


내 모습이 거대한 그물이었을 때

한 가운데가 제대로 찢어진 것을 몰랐지요.

오랜 수고, 고된 작업으로도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이유를 몰랐겠지요.

더군다나 빤히 물고기 떼가 보이기에

그대로 항구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늘 하던 대로니 달라질 게 없었지요.

꼭 원하는 답을 하나만 미리 정해놓고

내 뜻과 똑같이 말해줄 사람이 나올 때까지

찾아 다녔기에 다른 들을 귀는 없었겠지요.

물고기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구멍이기에

신이 내 귓구멍을 막아놨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찢어진 것을 발견한 건 그물을 거둔 뒤였지요.

실패보다 은폐가 더 무섭다지요.

인정할 것을 인정한 건 한참 더 뒤였지요.

내 모습이 더 이상 찢어진 그물이 아니었을 때

그리 빠져나간 것이 물고기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두고두고 감사했답니다.


여의도 옆 한강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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