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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Sep 28. 2020

없음과 있음

      

그리움과 목마름을 느낄 때, 떠오르는 키워드는 ‘부재’입니다. 그리움과 목마름 속에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빈 곳이 있습니다. 그 빈 곳은 오래되어 가면서 ‘빈 틀’이 되어 딱딱한 부재를 보여줍니다. 그래도 그 곳에는 원래 무언가 좋은 것이 자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를 무언가로 채워봅니다. 사람, 사랑, 심지어 신까지 당겨 그 자리에 놓아 봅니다. 원래의 것과 같은지 자꾸 대조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억지로 넣어 보기도 하고 짜 맞춰 보기도 합니다. 때로 착각도, 헷갈리기도 합니다. 때로 환호했다가 절망도 합니다.     


그런데 그리움과 목마름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없음’을 가진 ‘있음’의 비밀입니다. 그리움과 목마름은 그 빈 속이 커질수록 좋습니다. 그 이유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그리움과 목마름이 큰 사람은 사람답게 삽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저앉지 않고 결국에는 삶을 진실로 채웁니다.     


그리움과 목마름의 끝에 떠오르는 키워드는 ‘존재’입니다. 만천하에 드러난 충만을 볼 겁니다. 이때 그리움, 목마름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모든 부재의 말은 정오의 햇빛에 이슬처럼 사라질 겁니다. ‘있음’을 꽉꽉 채워 ‘없음’으로 툭툭 털어 내는 행복한 비밀이 밝혀지리라 믿는 겁니다.    

      

*

그리움과 목마름, 그 채워지지 않은 빈 곳의 이름은 ‘기다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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