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안녕
한눈을 팔면 상대방이 알아채기도 쉬우나 한귀를 팔면 눈치 채기 어려운 게 귀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듣는’ 게 어렵다. 힐링 전문가들도 가장 어려운 기술이 바로 ‘듣기’라고들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들을 자세를 가졌다면, 이미 치료사로서의 자질을 훌륭히 갖췄다는 것.
말을 잘 듣는 사람의 행동은 그에게 말한 사람의 그것과 내용이 같다. 잘 알아들었는지 검증이 저절로 된다. 귀 기울이는 능력을 가졌는가, 센스 있게 말귀를 잘 알아듣는가를 진단해 보자. ‘듣는 귀를 가진 자가 복이 있다’는 성경 말씀과 같이 이 능력은 셀프 힐링의 진수일 수 있다.
열린 귀가 마음과 잘 연결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서. 그 다음, 내게 필요한 메시지를 ‘바로 이거다’ 싶을 때까지 계속 찾아서 듣자. 그것은 대개 선한 사람, 인격이 훌륭한 사람, 인간애를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고 애쓰며 사는 사람인지 살펴보자.
또 음악을 듣자. 음악 감상은 효과가 탁월한 보편적인 셀프 힐링법이다. 누가 가르쳐 주거나 시키지도 않았는데 음악을 찾아 듣고 마음을 달래는 것은 사람만의 본능적 반응이다. 들으며 멜랑콜리해져도 좋고 눈물이 나도 좋다. 오래도록 젖어 있어도 좋고 한탄해도 좋다. 실컷 젖고 실컷 울어도 된다. 다만 ‘끝없는 도돌이표’만 금지다. 내 귀에 달콤하게 감기는, 내 입맛을 돋우는 이야기나 음악만을 찾아다니지 말아야 한다. 어느 순간에는 귀에 익은 것들의 늪에서 빠져나와 다음 갈 길, 새로운 길로 들어서야 한다. 달콤한 것과 늪의 공통점은 밑도 끝도 없다는 것. 어이없는, 어처구니없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무차별적 ‘반복’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
그 메시지를 받을 귀가 열려 있다면 셀프 힐링은 틀림없이 효과를 발휘한다. 내 입장, 내 처지에만 쏠리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그 증상은 심해진다. 입과 눈의 도움이 당연히 필요하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잘 파악해 보자. 찾았거든 가만히 집중하자. 들어야 할 타이밍에는 입을 열지 말자. 제발 순서 좀 지키자. 귀를 잘 기울여 보면 들을 수 있다. 사람 뿐 아니라 동물도, 자연도 자신의 말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 안에 하늘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지혜를 탄생케 하는 진리가 보물찾기 게임에서 숨겨놓은 보물처럼 가득 들어 있다. 못 듣는 게 아니다. 안 듣는 거다. 징하다, 할 만큼.
자, 그럼, 같이 가만히 귀 기울여볼까?
하늘과 산, 강과 바다, 나무와 꽃에게 듣습니다.
아침 해와 저녁노을, 구름과 빗줄기, 파도와 바람에게 듣습니다.
벤치와 오솔길, 정적과 고요, 당신의 숨소리에게 듣습니다.
마음이 나설 때에는 귀와는 아무 상관없이도 듣습니다.
- 쉬고 싶어.
- 나, 많이 힘들어.
- 혼자 있고 싶어.
- 나 좀 내버려 둬.
- 눈물이 나.
- 그리워.
- 너, 잘 지내지?
-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 조금만 더 힘을 내자.
-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마음이 이런 말들을 하고 싶을 때입니다.
그러면 사람의 말을 할 줄 모르는 공통점을 가진, 먼 풍경 같은
세상의 동행들이 손을 뻗어 말없이 오래 다독여줍니다.
그러면 마음은 준비해 온 말을 거기 놓아두고 이내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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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현실로 씩씩하게 돌아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