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배우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로랑 Mar 16. 2023

취미와 가치관이 잘 맞는다는 것

너희는 참 잘 맞는 것 같아

_ 남편의 이야기(3)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는 취미와 가치관이 잘 맞는다.



결혼하기 전, '월간등산'을 타이틀로 하여 아내와 등산을 자주 다녔다. 우리의 첫 등산을 앞두고 아내가 비싼 등산화를 사버린 것이 계기였다.



"비싼 등산화 샀으니까, 이거 아깝지 않으려면 우리 이제 등산 자주 가야 해!" 



'월간캠핑'을 시작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피크닉을 가고 싶어서 그늘막 텐트와 돗자리를 샀을 뿐인데, 하나둘씩 장비가 추가되다 보니 어느덧 캠핑을 하고 있었다.



"비싼 장비 샀으니까, 우리 이제 매달 캠핑도 가야 해!"



우리의 결혼식 날, 아버지께서 읽어주신 편지의 내용 중에서 '너희는 참 잘 맞는 것 같아'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의 눈에도, 친구들의 눈에도 우리는 참 잘 맞아 보였나 보다. 친구들에게 제안할 때마다 거절당한 등산을 매달 함께 하고 있는 우리를 보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등산이 힘든 것은 당연했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했던 캠핑도 쉽지만은 않았다. 



연애하던 당시 빌라에 거주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캠핑 갈 때마다 차에 빼곡하게 실어야 하는 짐을 아내와 함께 맨몸으로 나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많이 다닐 때는 1~2주에 한 번씩 다녔으니 주말마다 고생을 사서 했다.



땡볕 아래서 티가 다 젖어가면서 2시간가량 텐트를 치고 캠핑 장비를 정돈하는 것은 고생이었지만, 다 끝나고 나서 아내와 맛있는 요리를 해 먹고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했다. 아내와 나 모두 고생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 캠핑을 1년 동안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이 등산을 가면 아내는 항상 앞서 올라갈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나는 죽겠는데 아내는 쌩쌩한 경우도 많았다. 언젠가 책에서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가 될 상대와 힘든 산을 올라보면 그 사람의 인내심과 체력 등을 확인해 보기 좋다고 들었는데, 이건 뭐 매번 내가 시험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달 고된 일정을 소화했고, 둘 다 힘든 활동을 싫어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굶게 하지는 않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기는 계기였다.



결혼 후에는 투자를 배운다고 취미 활동은커녕 여행도 제대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체리가 태어나니 더욱 힘들어졌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하는 시간 역시 등산과 캠핑 못지않게 행복하다.



나란히 붙어 있는 각자의 책상에 앉아 서로의 할 일을 하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든든하다. 따뜻한 차를 내려 마시고, 중간중간 대화도 나누면서 '아, 이래서 잘 맞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것이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여든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5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 상극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결혼이란, 엄청나게 긴 인고의 시간이다. 이혼 사유의 대부분이 성격 차이라는 것에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입맛 하나만 달라도 힘든데, 성격 차이라는 단어 안에는 취미, 가치관, 성향, 취향 등이 모두 담겨 있으니.



모든 것이 다 맞을 수는 없어도 기본 뼈대가 되는 가치관은 잘 맞아야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최근에는 경제관념도 결혼 생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법적으로는 부부이지만, 경제적으로 아직 부부가 아닌 경우도 주위에 꽤 많다.



세세하게 따진다면 우리 부부 역시 입맛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둘 다 아무거나 잘 먹지만 내가 조금 더 까다로운 편이고, 아내는 시끄러운 소음에도 잠을 잘 자지만 나는 예민한 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잘 맞는 부부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많은 부분을 맞춰주고 있는 아내 덕분이라는 것을 안다.



체리에게도 계속해서 서로를 존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체리가 무럭무럭 자라서 마음에 잘 맞는 배우자와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본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먼 이야기다. 이제야 첫 생일을 맞은 아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아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던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