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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Aug 21. 2023

인플레이션 방패(내집마련 사례)

냉정한 자본주의의 현실(3)

모든 자산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습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제전문가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보면 집값은 우상향 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즉, 집이라는 큰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자산마다 오르는 속도와 폭이 다르다는 겁니다.


새우깡이나 자장면은 10년 동안 두 배가 올랐지만,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원자재의 가격은 더 많이 올랐습니다. 각 재화마다 가격이 오르는 속도와 폭이 다릅니다.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는 각각 별개의 자산입니다. '어느 지역에 어느 아파트는 1년 동안 두 배가 올랐는데, 이 지역은 아파트 값이 오르질 않네?'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하는 내 집은 특히 더 제대로 된 집을 골라야 합니다.


우리 가족의 생애주기와 직장, 아이들 교육만을 고려하여 집을 마련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내 집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까요? 집값에는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집, 살고 싶은 집의 가격이 더욱 비쌉니다.


정리하자면 자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볼 때 총통화량에 비례하는데, 자본주의에서는 통화량이 계속 증가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며, 자산의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거듭 반복하지만 자산에 포함되는 '집'의 가격 역시 장기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내집마련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자산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내 집 후보들 중에서 같은 가격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내집마련과 실거주 갈아타기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방어한 사례를 보겠습니다.


부모님의 실제 사례입니다.


저희 가족은 30년이 넘는 세월을 인구 5만의 OO읍에서 살았습니다. 실제로는 '읍' 안에 속한 '면'에서 태어났습니다. 면보다는 읍이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제가 5살 때 부모님은 이사를 결정하십니다.


읍으로 이사하던 1995년, 부모님은 분양가 5천만 원으로 22평 아파트를 분양받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참 많은 추억이 생긴 곳입니다.



시간이 꽤 지나고 제가 취업준비를 하던 시기에 부모님은 큰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같은 지역에 신축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했고, 부모님은 많은 고민 끝에 2억 중반의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셨습니다. 당시 미분양 물건이 꽤 있어서 원하는 동과 층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살고 있는 집보다 3배 비싼 아파트, 인구 5만의 시골에서 너무 비싼 분양가라는 주위의 혹평, 은퇴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또다시 큰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이겨낸 결정이었습니다.


20년 전에 5천만 원으로 분양받은 시골의 아파트는 8천5백만 원이 되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70% 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평생 저축만 하셨습니다. 10년 전, 주식 실패로 아버지께서 큰돈을 잃은 이후로 부모님은 저축만 하셨습니다. 외벌이 셨기에 자식 둘을 키우면서 빚을 갚고 저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투잡 쓰리잡을 하시면서 끈질기게 저축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약 2억 가량의 현금을 모으셨고, 아들 둘 결혼할 때 각자 5천씩 주고 남은 돈으로 노후를 보내려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새 아파트 입주를 결정하게 된 거죠. 그러니 이 결정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은 20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 처음으로 실거주 갈아타기를 하셨습니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2억 중반에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의 시세는 4억 원 가까이 되었습니다. 반면, 20년 이상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이전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좋은 시기에 좋은 자산으로 실거주 갈아타기를 실행함으로써 자산을 불리게 되셨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생 첫 실거주 갈아타기는 20년이 넘게 걸렸지만, 두 번째 실거주 갈아타기는 5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갈아타기는 기존집 매도부터 현재 거주하시는 집 매수까지 제가 진행을 해드렸습니다.)


두 번째 실거주 갈아타기를 통해 부모님은 인구 5만의 시골에서 인구 80만 이상의 중소도시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당시 OO읍의 아파트 매매가는 오르고 있었고, OO시의 매매가는 한풀 꺾였을 시기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 시골에서 도시로 실거주를 옮기는 것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골의 2017년식 아파트를 매도한 부모님은 도시의 2018년식 아파트로 실거주 갈아타기에 성공하십니다. 


이 갈아타기 역시 어느 정도 종잣돈이 필요했고, 첫 갈아타기 이후 부모님께서 꾸준히 저축하신 자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 내 집 한 채 갈아타기만 잘해도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다.

   2) 어떤 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산이 크게 변할 수 있다

   3) 시기에 맞는 실거주 갈아타기가 필요하다

   4)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저축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이 제가 부모님의 사례를 통해 배운 것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화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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