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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분은 안녕하십니까?

알랭 드 보통, 불안

by Toothless

인간은 그렇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의 피드를 보면 불안하다.

그렇게 쭉 피드를 내리다 나보다 낮은 학벌,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또 기분이 좋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위, 명예, 부는 곧 그 사람을 평가하는 주된 척도가 된다.

하지만, 나 자신 또한 그것으로 등급이 매겨진다는 생각에 우리는 부와 명예를 얻는데 기를 쓴다.

그냥 그런 사회이다. 그렇게 믿어왔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돈돈돈하며 늘 불안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기회가 모두에게 공평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평민이면, 자식도 큰 이변이 없는 한 평민으로 평생을 산다

평민에서 왕족으로 신분 상승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근대사회는 다르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다.

실제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

이런 환경 변화가 현대인들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내가 평민인 이유에 대해서 구태여 해명하지 않아도 됐고 그 누구도 인생의 패배자라고 치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부를 누리지 못하면,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능력이 부족해 성공하지 못한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평등한 기회 아래 나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이것이 우리를 성취에 목매게 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살아가는데 돈은 너무 중요하고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부와 지위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지 말자. 그것이 그 사람을 숭배하는 주된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하는 일들은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고 해가 뜨고 저물기까지 이 사회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자.


농민의 삶은 힘들지 몰라도, 그들이 없으면 다른 두 계급이 곧 허우적거리게 된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다.


Pg.85



책에서는 불안한 현대인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이 폐허를 그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라 한다. 어차피 모두가 죽고 멸망해 폐허가 되면, 그 좋아 보이던 차도 명품도 의미 없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예시를 들만한 영화로는 타이타닉이 있지 않을까? 초호화 크루즈에 탑승한 부자들의 허례허식, 부 그리고 명예도 결국은 죽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폐허는 우리의 노력을, 완전과 완성이라는 이미지를 버리라고 한다. 폐허는 우리가 시간에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
우리는 파괴의 힘의 장난감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Pg.294



조지프 갠디, <폐허가 된 잉글랜드 은행 원형 홀>, 1798.

사실 부와 명예에 대한 소리는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고 죽음과 폐허는 아직 먼 얘기라 현실성이 없어 잘 안 와닿을 수 있다.

당장 살려면 당연히 돈도 필요하고 여행 갈 때 조금 더 좋은 숙소, 좋은 음식에 대한 만족감은 어찌할 수 없는 것 아닌가..ㅎㅎ

사는 동안이라도 좋은 것을 누리면 좋지 않은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불안을 다스리고 목표에 집중할 수 있으면 남은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부터는 내가 생각하는 불안에 대한 잡설이다.

살면서 찾아오는 자잘한 불안감들이 있지 않은가?

당장 다음 주 해내야 하는 일들에 대한 불안.
내 생각만큼 결과가 미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
앞둔 시험, 취업, 기타 살아갈 궁리에서 오는 불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

이런 여러 불안은 우리의 발을 묶어놓는다. 늘 완벽하게 일을 해내야 하고 그것에 못 미칠 거 같아 아예 시작도 안 해버리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요즘은 이를 게으른 완벽주의로 부르는듯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결국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을 그저 하는 것이다.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건강한 루틴을 세우고 이에 맞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내가 지금 쏟는 노력은 불안의 방패막이 되어준다.
믿을 것은 루틴과 노력뿐이다.

근데 나도 언제 또 이 루틴이 깨질지 모른다. 재밌는 게임이나 콘텐츠가 있으면 샛길로 샐지도 모른다. 특히 방학은 그 주기가 돌아오는 시기이다..ㅋㅋ

하지만, 뭔가 침체되려 할 때가 분명 있다. 일은 하는데 성과는 안 나올 때. 당연하다.. 우리가 결과를 확인하는 시기는 매우 찰나이다. 인생의 대부분은 그 찰나를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은 지루하다.. 그렇기에 아 이게 이렇게 해서 뭐가 될까.. 그냥 하지 말자.. 대충 하자..라는 생각으로 빠져버릴 때가 있다.. 뭔가 내 일에 대한 목표의식이 사라지고 정신적인 체력도 소모된 상태.

하지만, 그때 피하지 말고 지금 당장 부족한 나를 직면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에 어떤 것이 부족한지 파악하고 고치려 노력해야 한다.
노력이 늘 결과로 명확하게 이어지지 못할 수 있겠지만, 그 노선을 되도록이면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부터 하다 보면 당장의 불안은 사라진다.

정말이지 믿을 것은 자신뿐이다. 외부의 무언가가 동기부여는 줄 수 있어도 결국은 자신에서 오는 만족감이 근본적인 불안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내가 겪은 어제와, 지금 보내고 있는 오늘, 그리고 앞으로 있을 내일들이

어설플지라도 목표를 위한 시간들로 채워져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외부 자극에 덜 흔들릴 수 있다.

더 쓰니까 내가 오만해지는 기분이라 ... 이만 줄이겠다. 이렇게 앞으로도 쭉 살고 싶은 글쓴이의 귀여운 아우성이라 생각해 주면 좋을듯하다.



대신 우리는 논리에 기초하여 자신의 가치를 느껴야 하는데,
사실 이때 느끼는 만족감이 근거가 더 탄탄하다.


페이지 어디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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