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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Mar 24. 2024

블로그와 브런치 글쓰기 고민

사람에 대한 환멸 

그런 사람이 있다.

왜 자신이 생각하는 걸 이야기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내가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인지라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벌써 15년이 되었다.

이웃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다고 할 수 없는 블로그에

정말 생생하고 울고 웃었던 일들

많이 기록했었다.


단, 한 번도 이렇게 글을 쓰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익명의 공간이었고 

공개되는 글을 쓰지만 오롯이 나 스스로를

기록하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시대상도 지금과 다르게

순수한 사람들이 많아

얼굴은 모르지만 서로 응원했던

사람들이 있고, 

더불어 힘을 냈던 거 같다.


다소 부끄러운 나의 밑바닥도

글로 적기도 하고,

서로 비슷한 면을 가진 사람끼리

어떻게 하면 더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순기능을 하기도 했다. 




브런치가 시작되고

여기서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돌 무렵이었나? 

연년생을 낳고 나서부터였던가?


그때의 육아우울증의 기록이 이곳에 ㅋㅋ

안쓰러워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응원의 글도 많았고

그런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었던 거 같다.



사실 당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편이 나의 블로그를 회사 사람에게 알려줬고

그분들이 블로그에 글을 보게 되면서

나의 블로그는 거의 끝이 난 거 같다.


아이들 육아용품이며 육아 일기를 기록했는데

내가 사는 거, 하는 거

손쉽게 다 쉽게 따라 하면서 고마워하기는커녕

뭐 저렇게 하냐며 뒷이야기도 잘하더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꽃사슴은 

함부로 앞에 나서 나대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나는 싯다르타나 어떠한 종교지도자

혹은 대단한 철학자가 아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재수 없을 수도 있고,

생각이 똥 같을 수도 있고, 

다시 말해 나의 인격이 

본인의 기준에 못 미칠 수도 있고

미진한 나의 생각이 가짢을 수도 있다.


때로는 남들에게 뽐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지 못해서

애매하게 자랑하고 있을 때는

나도 나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근데 나를 애매하게 아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나의 밑바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본인도 마찬가지 일 텐데, 판단하기 시작했다.


불쾌하면 안 보면 그만일 텐데

관음증 환자들처럼 

애정 있어하는 사이도 아닌데 

손쉽게 얻어지는 나의 사생활은

마다하지 않고, 제일 앞장서서 읽어대고

사람들 만나면 안주거리 삼더라. 


돌려 까는 사이 면서 

따라 할 수 있는 건 따라 하고

못하는 거면 어떻게든 까내려서 합리화하더라.




현 세상에서 본인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건

본인의 약점을 고이 손에 쥐어드리는 거라 하던데

나는 너무 순진했다.


어쩌다 보니 이민 와서 이 좁은 한인세계 중

딱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게 뿜뿜 느껴지는

분들도 이웃을 추가해서 글을 읽어주시더라.


이게 마냥 순수하게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사람일까?

날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면서

관심은 왜 이렇게 많은지.



공부를 시작하면

그 나이에 무슨 공부를 시작하냐


아이가 사립학교를 다니면

사립학교 다녀봐야 자살한 애 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어릴 때 공부 잘하는 게 무슨 소용


아이가 하키를 잘하면

운동 선수 할 것도 아닌데 돈낭비 오짐


이게 정말 내가 이상해서

주위 사람들이 이상한 건가?


(물론 정말 친한 몇 명의 지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몇 손가락 안에 꼽는다.)


현생이나 블로그 세상이나

서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사이가 없다는 게

정말 내가 이상해서 이상한 사람만 주위에 있는 걸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지 모르겠다.

딱히 남 사생활 관심 없고

가족들과 열심히 살아갈 뿐이고

간간히 블로그랑 브런치에 기록만 할 뿐이다. 



정말 센 사람들은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안 쓰고

본인 할 일만 한다고 

나에게 말한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나도 왜 당당하게

무시를 못하지? 생각했는데

내가 처한 특수성에 기인하는 거 같다.


새로운 문화와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

외롭기 십상이고

모든 길이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내가 살아서 익숙한 환경이면

그려지는 시물레이션이라도 있는데

이곳은 살아보지 않았고

살아본 부모님 세대가 있는 게 아니라서

의연한척해도 불안하다.


그런 불안감은 외로움을 불러오고

그 외로움은 사람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거 같다.


또 한 가지는 태어나기를 초식동물로 태어났다.


아이를 키우며 학교 생활을 보면

인간사도 명백한 약육강식의 세계더라.


타고나기를 순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고

사회는 그걸 기가 막히게 감지해서 잘 밟아주더라.

어린애들도 예외가 없더라. 


이게 오늘날은 더 노골적인 거 같고

한국은 그런 친구들을 말리던 의협심 강한 아이

한두 명쯤은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그런 애가 단 한 명도 없더라. 


세상이 변한 건지 

아이 학교가 구린건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사람의 본성을 진즉에 알고

알아서 말 조심하고 처신했을 거 같다.

글 같은 것도 남기지 않아

본인이 상처받을 일도 없었겠다.


부족한 내 탓이다.


글을 쓰면서 멋진 척, 의연한 척 

읽고 나면 참 이 사람 멋지다, 태도를 배우고 싶다


이런 글을 쓰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난 아직 그런 사람이 못된다.



그런 척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꽤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멋진 척하면 좀 돌려 까기 덜할 텐데

언제나 사람들에게 

쉽게 보이는 나의 생김새, 태도가 

자기 경멸로 까지 이어질 뻔했지만


이런 기록을 남김으로써

이 팍팍한 현대 사회에서

초식인간들이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눈치 없는 초식인간들은 괜찮다.

본인만의 세계가 있어서.


눈치도 겁나 빠른데 

이 약육강식 생태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초식 인간들은 같이 힘을 내어봅시다.


기가 약하게 태어난 게 죄는 아니잖아.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소멸로 향해 나아가는데 

나름 이유가 있겠지. 


유튜브 밈을 보니

때로는 사슴도 뱀을 질겅질겅 씹어먹더라.

우리 꽃사슴 인간들도 한 번씩 저력을 보여줍시다.



쨋든 부족한 인간이라

글 쓰는 것도 부끄럽지만

어딘가 남아있을 우리 종족들을 위해 

기록을 남겨놓자.


더 좋은 세상이 오겠지

지금은 디스토피아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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