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 Jul 02. 2024

딸아이와 함께 학교 OT 참석

누가 학생이냐고 물으신다.

4월 뉴욕 여행 때 

학교 합격 소식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8월이면 개강이다.


4월 발표 후 5월 학부모 대상 설명회가 있었고

며칠 전 6월 학생들 대상 OT 가 있었다.


나는 남편을 붙잡고 이 날 만큼은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기 때문에

늦지 말고 아이들을 봐달라고 사정 사정 했다.


그날은 시민권 시험도 쳐야 하는 날이고

진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너무너무 몸이 아픈데

아이들을 하루 종일 케어 해야 하고

잠깐 서있는 것도 힘든데 밥은 해대야 하고.


결국은 반찬 투정 부리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엄마가 너무 아프다고 아침부터 말했는데

혼자 밥을 알아서 먹기는커녕 

이렇게 반찬 투정을 하냐고.


아이들이 까꿍이 시절도 아니고

초5, 초4 이면 알아서 눈치껏 할 수 없겠니..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 

혼자 우뚝 서서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 악물고 하는데

아플 때는 정말 멘털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쥐어짜 내어 

아이들 액티비티 라이딩을 갔다.

큰아이 하나 끝내고

둘째 하키 보내고.


둘째가 하키하고 있으면 

남편이 와서 아이들을 픽업하기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늦는단다.

차가 너무 막힌단다.


그래, 그런 변수 다 감안해서

좀 빨리 출발해 달라고,

늦지 말라고 재차 삼차 말한 건데

늘 변명이 있고 도리어 더 큰소리로

차가 막히는데 어쩌냐고 짜증을 낸다.




둘째는 링크장 안에서 하키하고 있고

큰 애는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20분은 더 늦을 거 같단다.


평소 라면 책을 챙겨 왔을 텐데

아이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상태에서

20분 넘게 밖에 혼자 두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결국

큰 애를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


설명회를 하는 강의실로 들어가서

출석 체크를 하는데

교수님께서는 우리 모녀를 보고

누가 학생이냐고 물으셨다.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


이제 갇 고등학교 졸업한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딸은 신기해서 두리번거렸고,

엄마와 함께 앞으로 펼쳐질 학교 생활에 대해서

함께 설명을 들었다.



우리 학교는 영어 공립학교로

학비가 한 푼도 들지 않는 학교이다.


영어 Eligibility라고 하는,

영어 학교 초중고를 나와야 주는 Certi가 있는데,

영어 학교 자격이 있는 아이들을 우선 선발하고

불어 학교를 졸업하거나 나처럼 이민자는

그 Certi가 없기 때문에 제한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영어 학교를 합격하면

다들 오오 대단하다라고 보는데

나이도 많고, 영어 Certi가 없는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몬트리올에 살면서 보기 힘든

금방의 백인들은 거기 다 모여있더라. 

보통 아시안, 인도 사람이 반이상은 되는 곳인데

이 학교 강의실안에 몇 되지 않는 게 인상 깊었다


다들 영어 사립으로 갔나?


쨋든 관건은 프랑스어 강화 정책의 일환이었던

Bil96 가 이제 Law 14가 되었고

영어학교든 뭐든 간에 우리는 불어 수업을 

5과목 수강해야 하고, 불어로 리포트도 써야 한다고.


글로벌 인재로서의 역량을 팍팍 올려고자 

바이랭규얼을 법으로 강제 집행해 주시는 

우리 몬트리올과 퀘벡주에게 감사하며

그래, 죽도록 해보지 뭐.


이 학교에 온 아이들도 다 영어학교 출신 아이들이라

나보다는 나은 수준이겠지만

못할 수준도 아니리라. 자신감!


이 순간만큼은 프랑스어로 학교를 다녀서

어려움이 없는 딸이 부럽네.



싱그러운 청춘들 사이에서

유일한 초등학생딸은 어안이 벙벙했으나

언니 오빠들보다 더 집중해서

설명회를 듣더라. 네가 학교 가냐? 


다음에 이 학교 꼭 오고 싶다며

다짐을 하는데, 같이 열심히 해보자.


결론적으로 아이에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고

딸과 또 하나의 색다른 추억이 되었지만


만약 이게 실험 수업이고,

학교 시험이었다면 아찔하다.

나는 앞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이 이끄는 대로..... 



몸이 너무 아팠지만 

결론적으로 아이들 액티비티

나의 학교 설명회

늦은 밤 시민권 시험


모두 클리어했다.

후련하고 버텨준 정신력에 감사. 


아이들 언어만큼은 자유로워지라고

캐나다에 왔고, 

나의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아이들에게 캐나다 국적도 주게 되었고

(부모가 취득해야 자녀가 이중 국적이 가능.....)


어느 것 하나 아이들을 위해 

하지 않은 게 없는데

이번 학교만큼은 아이들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얘들아, 엄마를 좀 도와줘!

반찬 투정은 더 이상 받아 줄 수 없겠다. 


이전 02화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