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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Jul 14. 2024

합격 취소 메일을 받다.

여름 때 아닌 이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드를 보면 하우스 사는 사람들 집을 보면

온갖 장식장들이며, 조명이며

이사를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내가 더 문제였다.


2층부터 베이스먼트 

그리고 가라지까지

짐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었다.


특히 우리 집에는 몇백 권에 가까운 책들이 있어서ㅠㅠ

것도 한국에 그 무거운 아이들 동화책......

일부 처분을 해도 끝이 없었다




이미 한번 이사로 고생을 해봐서

*당시 남편은 한국 출장으로

내가 짐을 거의 다 옮겼고

굵직한 가구들은 '함께' 옮겼었다.


제발 이번만큼은 업체를 불러 달라고 했는데

역시나 내 말을 개똥으로 듣는 남편은

업체를 부리지 않았다.


앞으로 이 인간에게 뭔가 기대하고

시키느니 내가 나서야겠다.


펄벅 대지에 나오는 그 딱한 처자가 

결국은 나였다.


남편은 밤낮으로 바빠 저녁 딱 한번,


것도 내가 가구 짐 정리 다하고

다 들고 옮겨서

가라지에 문 앞에 똑 가져다 놓은 거 옮기면서

본인도 열심히 했다며 온갖 생색을....


정리+옮기기+새집에서 정리

말하면 나도 유치해진다.


허리는 이미 만신창이이고

이제 손목까지 아파 타이핑도 겨우 한다.




아이들 액티비티는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취소했다.

도저히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다.


야구는 리그 3위를 달리고 있고

아들이 에이스 인지라....

근데...뭘 똑 부러지게 잘하는 건 없고

뭐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함을 감사합니다.... 감사함....


승마는 취소하기가 너무 귀찮고

말 들이랑 이제 너무 친해져서

한 주라도 안 가면 서로 소원해져서

진도 빼기 힘들다.


대신 공부를 놓았다.

거의 한 달째 아이들이 두뇌활동을 안 하는 듯...




이사를 7월 1일에 시작해서

13일인 어제 거의 끝났으니

족히 2주는 걸린 거 같다.


다음 이사는 타주 이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버려야 겠다.




나는 대학 입시생이기 때문에

이 와중에 그룹 과외도 받고 있다.


과외선생님보다 내가 나이가 더 많다.

것도 많이.

근데 부끄럽지는 않다.

인생 똑바로 살지 않은 젊은 날이 부끄러울 뿐


같이 그룹과외 듣는 학생들은

나와 같은 전공인 아이들이 많은데

한 번도 연애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 언니도 연애는 대학 가서 처음 해봤단다.

언니 아니고 이모..... 일 텐데 양심에 찔린다. 

다들 너무 이쁘고 착하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바르게 자랐으면..




입이 방정이라고,

딱히 응원해 줄 거 같지도 않은

사람에게 학교를 간다고 했더니


거기 그냥 시간 있으면 아무나 다 가는 학교라고

대뜸 말하지를 않나......


시간 지나 다시 만났을 때는 

그거 필수 과목만 이수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자기 주위에도 그렇게 해서 학교 간 사람 안다며..

별로 어려운 거 아니라고


눼눼 어련하시겠어요.... 내 입이 방정이지....


그러면서 또 한다는 말이

본인 딸은 영어 세젭 가긴 글렀다며

영어 Eligibility 없는 아이들, TO가 전체에 15% 밖에 안돼서

영어 세젭 힘들 거 같아서 타주 간다고..


아뉘 방금 '그' 영어 세젭 합격 한

저한테는 그거 별로 어려운 거 아니라면서요?

제가 직업 과정 아니고 아이들과 똑같이 

대학교 전 과정입니다만.... 헬싸.....(헬스사이언스...)


아 난 정말 친절하게 대해줬고,

잘 지내고 싶어서 본인 집에 초대하시기에

나도 집에도 초대했었는데


집 옷장 다 열어보며

'어머, 서랍장은 달라라마네요, 가구는 그냥 이케아네요'

할 때 깨달았어야 했다.

인생의 디폴트 값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정신 승리를 혼자 머릿속으로만 하면 좋을 텐데

오늘도 꽃사슴인 내가 반격을 못하니

내 면전에서 내 이야기로 똥을 싸는 상황을 만들었다. 


다 내 탓이다.

입을 좀 다물자. 

같은 사람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나 보다.

외롭고 두려울 땐 벽이 나을 수도 있겠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는게

나이 때문일까 이민 때문일까

진짜 나 자신도 혼탁한 사람이 되는거 같다.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들 빼고는.

오히려 악담을 퍼붓는 사람도 봤다.


영어가 네이티브도 아닌데 뭘 할 수 있냐고.

다른 사람 더 곤란하게 만든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 너의 존재 자체가

이미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생각 안 해봤니?

뚫린 입으라고, 나대는 손가락이라고

구업을 쌓는구나. 


그럴 때면 더 오기가 생긴다.

내 인생을 위해 한 달에 

단 돈 만원도 후원해주지 못하면서

뭘 그렇게 까지 뜯어말리려고 하나


그런 충고를 해주려면 적립 해둔 

선의라는 게 있어야 할 텐데.


가뜩이나 늙어서 공부해서

공부도 쉽지 않은데,

주위에 입대는 사람이 많아 쉽지 않다.


과외선생님 말씀으로는

잘한다고..

놀랍다고.


머리아, 젊을때는 뭘 했니?




이 와중에 수업받는 중 학교로부터

합격 취소 메일을 받았다.


내가 학교 최소 입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단다.


이미 입학에 필요한 수업을 3월에 마쳤고,

만약 필요한 과목이 더 있다면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더 있었기에


학교와 두 번 세 번 더블첵 했는데

합격 취소 된다는 이메일이 왔다.


온 우주가 힘을 합쳐 공부하지 말고

이렇게 남편한테 무시나 받으며

전업 주부를 하라고 계시를 주는가 보다.


학교 간다고 부르르 거리던 

주위 사람들 행복하겠어

온갖 악담으로 뜯어말리더니.


항상 나에게 젊은 애들이랑 경쟁이 

되겠냐고 물어보던데

경쟁을 왜하냐

나와의 싸움이지, 걔들은 걔들 갈길을 가고

나는 나의 갈길을 가는거고.


배우는게 많아서 오히려 더 좋은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 열리는 느낌.

흰 머리는 더 늘지라도.  




쨋든 이사하는 것과 공부

합격 취소 메일로 스팩타클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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