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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Jun 26. 2024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 1  

성적 차별이 존재하는 거 같다. 


우리 둘째는 불어도 고사하고

영어도 하나도 모른 채 캐나다에 왔다.

오자마자 영어 학교 프리킨더를 거쳐

유치원은 불어 사립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올해 3학년 과정을 마쳤다.


첫 정규 과정이 시작되는 유치원부터

만 4년을 프랜치 사립학교를 다닌 셈인데

이제는 사립 학교를 그만 다니고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려고 한다. 


큰 아이는 작은 사립에서 

중등학교가 있는 규모가 큰 사립으로 가는 상황에서

작은 아이는 공립으로 보내는 상황인데

아이에게 좀 미안하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1. 경제적 이유 - 누나가 다니는 학교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둘 다 같은 학교를 보내게 되면

그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에는 

외벌이로는 부담이다.

누나처럼 5학년때 진학해서 2년 정도는 

쥐어 짜낼 수 있을 거 같다.


2. 공립 학군이 좋은 동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사람들도 조용하고 매너 좋고 

그래서인지 공립 초등 학군도 좋다.


퀘벡은 중등학교의 경우는 사립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고 혹은 시험을 쳐서 진학하는

IB 중등 공립으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많아

중등학교 학군은 잘 모르겠으나

초등 학군이 일단 좋다...


굳이 비싼 동네 살면서

거주 주소로 배정되는 좋은 공립학교가 있는데 

혜택을 누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3. 이동의 효율성 


공립은 대체적으로 집 근처로 배정되기 때문에

큰아이 학교 - 아들 학교 - 나의 학교

이렇게 일직선 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아들이 기존의 학교를 계속 다니면

좀 동선이 쉽지 않다. 하아. 


근데.......... 사실.........

일련의 이유들을 다 떠나서


지금 다니는 학교에 만정이 다 떨어진 이유가 크고

그 이유들을 차차 기록해보고자 한다.




성적의 차별 


캐나다에 온 지 1년도 안된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고 사립학교에 애들을 집어넣고

거기서 느꼈던 생각인지라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고 편협된 의견일 지도 모르겠다.


지금 느껴지는 딱 한 가지의 감정은 


이런 Toxic Environment에 집어넣고

(한국말로 딱히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지 같은 환경?)

너무 아이에게 그 상황을 견디게만 했다는 것이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4년이 지나고 깨달은 게

좀 많이 후회되고, 아이에게 미안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립이 더 낫고,

사립이 별로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장단이 있고, 

학교마다 다른 걸로.

 

참고로 사립은 교장 위에 최소한의 감시 기관인 

교육청 이라는 기관이 없다.

 

사립학교는 자체적으로 운영이 되며

퀘백 교육부의 지침을 따를 뿐이다. 

따라서 교장이 선생님을 방어만 한다면

아이가 피해를 받아도 답이 없다.




차별의 기원은(?) 유치원까지 거슬러 간다.

어쩌면 카테고리에 아들의 유치원 적응기

글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불어를 단 한마디도 못한다는 이유로

첫 미팅에 교사 여자가 우리 부부를 향해

너의 아들 Big Big Big Problem이라고 했던.


만 6세 아이에게, 몇 달 전 캐나다에 온 아이에게,

유아의 언어 발단 단계에 대한 일말의 지식도 없이 

잘도 헛소리 지껄였다.


참고로 나는 중등교사 교생실습,

출산 후 유아 교육학과도 진학해서

유아 교육도 실습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나에게는 유아 교육이 훨씬 어려웠다.


왜냐하면 연령별 아동 발달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없으면

아동을 지도하는 데 있어

선생님의 이해력 부족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과업 수행이 어렵고,

이는 아동의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업 계획서를 작성할 때 이러한 부분들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이 선생은 감히 우리 아들이 갓 캐나다에 와서

불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충분한 라포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문제라고만 몰고 갔다.

걔 고작 만 6세였다.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활동은 

아예 참여시키지도 않고 배제했으며,

아이는 영문도 모른 체 배제되어 그 활동을 못했고

더 기함을 토한 것은 다른 아이가 한 작품을

우리 아이 이름을 적어서 보냈던 것.

고의였을까? 


아이는 울면서 나한테 말했었고

바로 꼭지 돌아서 학교로 찾아갔었다.


그 이외에도 생일날 다른 애들은 

다 그 날 같이 축하해 주면서

우리 아들 생일날에는 고의적으로 해주지 않았으며

항의하자 그제야 뒤늦게 하는 모습.


진짜 지금 생각하면 미친 여자였다.

아직도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피해 아동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 다음 해 비슷한 일을 겪은 또 다른 아시안 엄마는

나를 붙잡고 울었었다. 


그런데 학부모 들은 선뜻 항의하지 않았고

매년 그렇게 한두 명의 희생되는 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가 아니면 무슨 상관?인 거 같았다.


피해를 받은 아이들 부모들 조차도 나뿐만 아니라

나서지 않더라. 

왜냐면 우리는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하니깐.


사실 그때 나는 이곳 문화를 몰라서 

무조건 집에서 불어 안 쓰는 우리 잘못이라 생각했고

사립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적응하며 

이겨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냥 그건 차별이었고 

선생님의 부족한 아동 교육 발달 지식으로 인한

일종의 학대였다.




유치원 선생에서 진즉에 그만뒀어야 했는데

그때는 사립학교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그 어린아이를 버티게 만들었다.


올해만 버티면 내년에는 좋은 선생님이겠지

라는 기대로 좀만 참자 참자 이렇게.


바람처럼 1학년 선생님은 좋으셨고

문제는 또 2학년 때 발생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는 불어를 못해

아이를 '특별반'에 집어넣었고

성적은 C, 살벌했었지만


1학년 학령기 시작서부터

아이는 학교에서 5등 안에는 꼬박 드는

조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등수를 내가 어떻게 아냐고?


이 미친(??) 사립학교는

1등부터 5등까지 아이들을 

학교 벽에 사진과 함께 붙이는데,


우리 아이는 매년 매번

여자아이들 사이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는 아이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처음에는 등수 붙이는 것에 대해

당황했지만 진짜 콩깍지가 씐 건지,

아이가 잘하는 게 자랑스러웠던 건지

나도 그냥 익숙해져 버렸었다....


지금 생각하니 비정상이고

용인했던 내가 부끄럽다.




아이가 그 등수 안에 드는 것도

나머지 시험을 완벽하게 쳐야 가능했다.

왜냐면 성적에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명확한 답이 있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지필 시험의 경우는 거의 90점 이상이었다.


단 선생님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말하기 시험을

50점 대를 받아왔다.


불어 시험을 90점 이상 받는 아이가

책 많이 읽어서 어휘, 문법도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풍부해서

받아 쓰기도 항상 제일 잘하는 아이가 50점?

(프랑스어는 Dictee 라는 받아쓰기를 

중학교 까지 할 정도로 Writing이 어렵고 까다롭다.) 


말하기 시험 때 발표 자료며 성의껏 준비해 갔는데

발음, Intornation 이 이상하다고

50점대를 주는 게 정상일까?

대학에서 50점이면 거의 F인데


다른 요소의 평가를 90점 이상인 아이가

받을만한 점수인가 상식적으로? 

참고로 평균이 거의 90점대였다. 


한 번에 그친 게 아니라

다음 학기 말하기 시험에는 또 68.

이게 다른 친구들 평균은 88점이다. 

그래도 10점 올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거의 대부분 불어 시험을 90점대인데

말하기 '만' 68점.

것도 자료도 성의껏 만들어 갔는데

32점 감점??


어떻게 선생님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말하기 시험만 50점대, 60점대인지 

참 신기했다.


그럼 아이가 그 점수받을 동안 학교는 뭐 했을까?

여기 돈 내고 보내는 사립학교 아닌가? 

안되는 부분 더 신경써주셔야 했던거 아닌가. 



작은 아이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큰 아이의 경우는 발표를 좋아해서

말하기 시험을 걱정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좀 싸하면 말하기 점수가

어김없이 60점 ㅋㅋㅋ


1학년 선생님 좋으심 -말하기 97

2학년 선생님 싸함 - 말하기 65

3학년 선생님 좋으심 - 말하기 95


참 희한하지 않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말하기 시험 

평가 기준이 올라서 점수가 떨어질 수는 있어도..


우리 애는 똑같은 그 아이인데

점수가 선생님에 따라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90점대에서 80점 대도 아니고

90점대에서 60점대. 


여담으로 저 2학년 선생님

다음 해 친한 중국 아이 담임 선생님이 되었는데

애 리포트 엉망으로 써줘서 

그 집 아이 다른 사립으로 전학도 못 갔다.....


결국 한 학년이 올라가 새로운 성적이 나오면

직전 학년 코멘트가 사라지는데

덕분에 올해 다른 사립으로 전학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만의 피해의식이라 생각했는데

점수를 보면 기가 찬다.

우리는 주관적 평가는 기본 -20 점은 먹고 가는 이 상황이.

선생님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 평가 점수가. 


단, 아이가 아주 뛰어나게 똑똑하고

똑 부러지는 아이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똑바로 점수 주신다.


우리 아이들처럼 적당히 헐랭하고

은은하게 잘하는 듯 못하는 듯하는 아이들은

점수가 참...... 누굴 탓하겠는가. 




아들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지인 언니네는 

우리 동네 공립학교를 다니는데 

학교 선생님께서 메일이 왔단다.


아이가 계속 이렇게 발표를 주저하면

점수를 잘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그때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았다.

공립학교 선생님은 아이를 우려하고 계셨다.


나는 그런 성의 있고 애정 어린 메일도 없이

그냥 54, 68.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점수받을 동안 교사는 뭐 했을까?

어떤 교육적 지도를 해주셨을까?


공립학교 선생님은 우려하셔서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떠냐 교육적으로 지도하셨다는데

사립 선생님께서는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줘서 아무런 지도 없이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주시며 얻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이가 아직 어려서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초등 1학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아들에게 참 가혹하셨다.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에서

어떤 직업적 전문성을 느낄 수 없었다.


마냥 학부모를 비난하고

그걸 넘어서 아이까지도 비난하셨다.


더는 이런 곳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 생각해서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4년을 보내고서야 이런 결정을 한 

나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알았으나 그냥 아이를 버티게 한 거라서.

여기 다니면 명문 학교 진학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왜 아이를 버티게 했는지

이유를 너무 잘 알아서 너무 미안하다.


 


선생님이 석연치 않고

아이가 어리다면 (초3학년 이전)

전학을 고려해도 좋을 거 같다.


퀘벡의 경우는 불어 웰컴반 제도가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 1~2년 다니고 전학 다니는 경우가 많고

주위만 봐도 전학이 그렇게 큰 대수는 아니더라.


그리고 공부를 못할 수도 있고,

그걸 꼭 사립학교 다니며 버텨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



퀘백에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사립들은

감히 얘기하는데 백인 우월주의가 존재하며

차별은 이렇게 성적으로 올 수가 있다.


어릴때 부터 아이가 이런 차별을 겪어야 하는걸까

이런 불합리한 곳에서 아이를 키울 이유가 있을까


어쩌다 와버린 이민에 대해서 많은 회의가 든다.


근데, 보통 사람은 어디든 살기 쉽지 않은 법인거 같다.

한국이든, 캐나다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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