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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Sep 30. 2023

아이 공부 강요보다 엄마 공부

너네 의대 보내고 싶은게 아니라 엄마가 가고 싶단다. 


+


내향인이 북미에서 살아가기란 참 쉽지가 않다.


나는 소셜톡을 참 싫어하는데


그 깊이도 의미도 없는 대화를 반복적으로 하며 시간을 보내는게 참 싫고


타고나기를 친절(??)한 사람으로 태어난지라


외향적이고 기가 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마냥 친절하고 웃으면 만만한 사람 된다.


예전에 '이방인' 이라는 프로 보면 한 유명인이 항상 웃고 있으니


그 유명인 애 친구들이 너네 엄마 이상하다고, 왜 항상 저렇게 웃냐고 해서


속상했다던 일화........


웃으면 진짜 빙구 되는 문화이다. 


적절하게 기싸움 해줘야 하는데 약육 강식 세계에


사슴 같은 나는 적절하지 않지


몸뚱이는 맷돼지 인데 그렇지 못한 성격.....





애들 마치면 학교 앞 놀이터에서 다들 놀고 가는데


만나면 애들 공부 얘기, 액티비티 얘기 말고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어?


그러면 항상 너네 아시아 애들은 공부만 하지 않냐고


뭐 그렇게 인생을 목 매냐고



허헐. 


고고한척 하고 자빠졌기는.




공부 시키면 나쁜 부모고, 자녀 억압하는 부모냐


그리고 사실 너네보다 운동도  더 하고 있거든.


캐나다 온지 얼마 안되서 애들 공부 잘하니까


내가 미친듯이 공부 시키는줄 알고 맨날 저렇게 말들을 한다.


쯔쯔쯔


우리 애들 운동량은 주3회 태권도


아들은 주4회 아이스하키 


주말마다 승마, 수영, 악기 두가지


예체능만 미친듯이 하고 있는데 공부할 시간이 어딨어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는거지



그렇게 말한 이들은 수영이나 하키 같은 운동을 타고나게 잘하듯


동양인들 중 일부는 머리가 대체적으로 좋게 태어났을뿐인데


운동 잘하는 건 쿨하고 멋진거고, 성장을 위해 좋은 요소이고 


공부 잘하는 건, 목매달아서 그렇게 만든거라 생각하는게 우습다.



이제 그런 돌려까기에 달관했지만


여전히 그런말 들으면 불편하다.


말하는 의도가 뭔지, 꽃사슴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줘요. 아팡. 






남편 발목이 세동강 나면서 느낀건데


의료인들이 참 멋있더라.


아픈 남편 달래가며 응급처치 해주시고 


바쁜 와중에 다정한 말 잊지 않으셨고.


캐나다 아니 퀘백의 의료가 헬 이지만


우리가 경험했던 캐나다 병원은 따뜻했고 존경할 만 했다.



한국은 의료학과 선호 광풍이라던데 


나도 정말 우리 집에 의료인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의 일환으로


두명 중 그나마 명석한 아들에게


의사라이팅(??) 중이다.



아빠가 다쳤을때 내셔널 홀러데이라 


쉬는 날이었는데 이른 아침 의사들이 모여서 수술해줬고


블라블라


아들이 빠져들고 있는거 같아.....


하지만 아직 초딩 3학년 이다. 에효. 



사실 이건 정말 농담이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 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상적 나의 마음, 고고 하고픈 꿈속에 그리는 쿨한 그런 나의 모습)


그런 투사는 정말 육아에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으면 내가 하는거고


그 길이 궁금하면 내가 가보는거고


공부를 해야하고 중요한거면 내가 하는거고.



지금은 예의 범절 잘 지키고


나쁜말 하지 않고


(요즘 진짜 왓더헬로나 이 따위말 진짜 많이 함)


한명의 올곧은 성인(??)으로 자라나기 위한 과정인데


근데...........사실 애가 공부 진짜 못하면 이런 생각하겠어


당연히 시켜야지..... 죽도록.......



가식 덜어내고 방점은...... 최대한 아이들에게 내가 바라는 것들을


내가 나 스스로 해내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큰 애가 지금 내신이너무너무너무 중요한데


평균 점수 받아와서.... 그것도 수학을....


너무 부글부글 하긴 하는데


사실 나도 수학 실수 많이 하면서,


아이에게 아쉬운 느낌이 드는 부분은 실은 나의 결핍이고,


그럼 부분은 내가 나에게 매꾸면 된다. 



아이 성적은 아이 본인이 느껴야 한다.


내가 멱살 잡고 성적 끌고 가는거 이제 그만해야한다. 


엄마만 발을 동동 구르며 '이렇게 쉬운걸 왜 실수 했어?'


혼내고 반복 학습시키고, 이게 오래 먹힐까



아니 먹히더라도 장기적으로 이 아이 인생에 맞는걸까?


지금 당장 성적 잘 받고, 좋은 학교 가도


그게 이 아이의 내적 동기가 없다는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매번 내가 하는 말,


진짜진짜 최종최종최종 내려놓기 연습 중이다.


요즘 진짜 숙제 안봐줌.



시험 준비도 예전에는 모의고사 만들어서 두세번 풀렸는데


이제는 시험 전날 그래도 한번 정도는 문제 만들어서 풀리는데


그 마저도 답 확인 안함 ㅋㅋㅋㅋ


아니 그럼 왜 시켰나 싶기도 하고 ㅋㅋㅋ


큰애 말이 학교 시험이 엄마가 내준 문제랑 똑같이 나왔다며.



역시 일타 강사 감 죽지 않았으!


참고로 엄마, 캐나다에서 학교 다녀본적도 없단다 후훗. 


중요한건 나랑 연습 할 때 답 체크를 안해서


틀린거 또 틀렸다는 사실 ㅋㅋㅋㅋ 



그래, 시험지 가져오면 오답 체크만 같이 해보자


모르는거 배우면서 알아 가는게 학교 공부지 뭐.


내가 꼬맹이인 너희들에게 뭘 바라겠어


(이것들아!!!!!!! 이 쉬운 걸 다 못맞추냐!!!! 이말을 참아보자 오늘은...) 



로스쿨 인터뷰서 떨어지고,


캐나다 교사 자격증 전환도 거절 당하고


진짜 퀘백......


화딱질 나지만 뭐 어쩌겠어.


대학교를 다시 가야지뭐.



원래 하던 전공으로 갈지 말지 고민 중인데


어차피 연말까지 시간이 남아


고등학교 수학을 다시 듣고 있다



퀘백 교육은 고등학교-세젭 (대학전 중간 과정 2년) - 대학교


이렇게 구성되어있고 저 고등학교 수학 과목을 이수 해야


세젭 과학 전공으로 갈 수가 있다.


나는 문과 전공이라 과학 전공을 하려면 이외에 물리, 화학을 더 들어야 하는데


사실 고등학교는 또 이과를 나와서 그게 어려울거 같지는 않다.


다만 노오오오오력과 시간이 들 뿐. 




아직은 너무 쉬운걸 배우고 있어서 어렵지는 않다.


요즘 고등학교 수학을 들으며 느낀건데


이 재미있는 수학을 왜 포기했었나


그때는 너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수학을 생각만 하면 울고..


수포자의 인생을 살았는데


캐나다에 와서 공부해보니 세상 재밌는데


도데체 왜왜왜왜 수포자로 살았나



도데체 왜왜왜왜왜에에에에에엑


그때 공대만 갔었어도오오오오오오오오오!!!!!!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


내가 이제껏 살아온 세상이 아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느낌이다.



몇 십년이 지나 다시 수학 문제를 푸는데


잘 될리가 있나


이 쉬운 문제도 빨리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난 원래 머리도 나쁜 편이라 어이 없는 실수도 많다. 


그래도 좌절 보다는 재미가 있다.


사념없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써내려 가는 숫자들은


사각사각하는 소리만큼이나  경쾌하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만큼이나


집안은 엉망이지만


아이들에게 투사되는 나의 쓸데없는 사념과 욕망들을 없애주고


나에 대한 자존감은 높여주는거 같아서 갚진 시간 인거 같다.


물론, 최전방에서 돈버느라 애쓰는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이렇게라도 캐나다 교육을 경험해보니


아이들에게 뭐라도 조언을 해 줄수 있을거 같아 다행인거 같다.



이민오면서 항상 드는 걱정이 뭐였냐면


나는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녀본 적도 없고,


이 문화에서 살아남아본 적도 없어서


아이들에게 멘토 같이 가이드를 해줄수 있을까


마냥 정서적 지지만으로 아이들을 지탱 해 줄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렇게 고등학교 과목 이수하고, 세젭을  준비하면서 하는 입시 공부.


새로운 전공을 늦은 나이에 다시 배우는 용기, 


인생에서의 무모함과 그에 수반되는 책임과


누군가의 희생, 기회 비용 등등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가며 겪어내고 있는 일상들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대해본다.



사실 남편도 너무 바쁜데


나까지 최전방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아이들이 어려 서포트 해줘야 하고......


이래저래 겸사겸사 공부만 하게 되는거 같다.




엄마가 해볼게 과학 공부.


내가 해보지 뭐 


힘닫는데 까지.


의대는 너네가 가길 바라는게 아니라 할 수 있다면 엄마가 해보고 싶단다.



이런 마음이 삶을 관통하는 나의 육아관 인거 같다.



플러스,


오늘 가져오는 아이들의 시험지 결과지 들을 보며 충격 받지 않기 위한.....나의 다짐.


너무 운동만 시켰나? 액티비티를 좀 줄여볼까 후후후



의식있는척 줏대있는척 하고 싶지만


사사롭게 흔들리는 외유내유형 엄마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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