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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Oct 10. 2023

세번째 첼로 사이즈 업!

고매한 모녀의 취미 생활

어릴 때 나의 소원은 현악기 배우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엄마에게 사정을 해도 한번을 배우게 허락 해주지 않으셨다.

밑에 남동생은 첼로

막대 여동생은 해금으로 무려 예고-예대 까지 지원 해주셨으면서.....


원하지도 않은 동생들은 해주시고

나는 초등학교때 부터 바이올린 배우고 싶다고 간절히 말해도

늘 들어주지 않으셨다. 


아마도 애매하게 공부 하는 내가

공부를 꽤나 잘 할 줄 아셨다 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그 부분은 좀 죄송스럽기도.



우리 딸은 한국 나이로 6세, 캐나다 나이로는 만 4세에 첼로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하기에는 아이가 대근육 발달이 느려

자세 잡기가 힘들거 같고, 

소리고 가는 편이라 첼로가 맞을거 같다고 판단,

순전히 엄마의 의지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첼로가 세대가 있다.


풀사이즈, 1/8, 1/4

풀사이즈는 나의 첼로이고

1/8 사이즈는 아이가 처음 시작 할 때 샀던 첼로이다.


1/4 첼로는 현재 쓰고 있는 첼로인데

캐나다에서 레슨 받으며 구입했다. 



우리는 웬즈데이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시작 할 걸 예상하지 못하고 시작했는데 

웬즈데이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첼로 열풍이 불었다. 


그 인기에 힘 입어 딸은 학교에서 열리는 재능 발표 쇼에 선발되어

친구들 앞에서 첼로 연주를 하였다.

근데.... 그리 대단한 실력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딸, 미안) 




인사는 잘하는구나.



튜너를 휴대폰 앱으로 쓰는데

혼자 튜닝을 못하니 소리가 다 나가고 난리도 아니더라.

혼자 하는 법을 좀 알려줘야 할 거 같다. 

레슨 짬밥 몇년째라 이제 귀는 좀 열린거 같은데.....

악기를 사랑하면 뭐 하나

노력을 하지 않는데.



사실 학교도 너무 빡세서 애가 연습할 시간 조차 없는 것도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비슷한 시기 시작한 친구들은 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갔는데

우리 아이는 하고 싶어도 아직 갈길이 먼거 같아서

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나....


근데 이제 중등 입시 시작이고.

우리 학교 선행을 너무 심하게 한다.

여기 졸업생들 중학교 가면 배울게 없단다,

이미 4,5,6학년때 배운거 반복만 한다고 

우리 동네 신흥 귀족학교로 떠오르는 사립 학교 보낸  언니가 말해주더라는. 


왠만한 중등 사립가서도 커버가 되는 선행이라고 힘을 내라고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ㅠㅠ


그런데 중학교 없는 사립학교라 내신 중요한데

내신 성적 어떻게 유지 해가야 할지.

Yuji..............


여튼 학교 공부가 빡빡한데 언제 연습을 하나.


매일 10분씩 하면 되지 하지만서도

매일 태권도며 운동 액티비티가 한 두개씩 포진(??)되어 있고


쉬었다 하자니 딸은 첼로가 좋다고 계속 하고 싶다고 하고.

다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나의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있고. 


인생 뭐 이렇게 애매하게 살아가는거지 뭐. 




혼자 있으면 나도 고매하게 홀로 연습을 해보는데

나도 악보를 잘 못외우면서 딸한테 잔소리 한거 반성 해본다.

내가 더 못 외워.




첼로 하다 하다 하다 

도저히 엉망인 내 소리 못들어줄 때는

야마하로 귀를 정화(??) 해본다.


일본제품은 좀 자중하자 해놓고 야마하라니....

여기 영창은 없더라....

그리고 타건감이 너무 좋.......


피아노도 잘 못치는 주제에 CLP 샀지.

나의 스팩에 맞지 않는 피아노였어, 피아노 미안.



그래도 체르니 40번까지 쳤었다며 깨알 피알을 해보며

뭐든 잘하는것도 못하는 것도 없고


노력은 하기 싫은데

노력에 비해서 은은하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애매함은 역시 나에게서 왔을까?


우리딸도 엄마의 족적을 함께 하는거 같아

일말의 죄책감이 든다.


경쟁심이나 완벽주의 이런거 없어서 미안해.

뭐든 다 애매해서 미안하지만

뭐든 못하는것도 없는 게 딱히 나쁜것도 아니잖아.


애매하게 잘 살아나가보자.


올바른 태도로  살다보면 적어도 올바른 목적지에 와 있을거라 믿으며. 




쨋든 첼로를 또 바꿔야 한다.

1/2 사이즈로.

대여도 생각해봤는데

우리같은 (딸+나) 파괴왕들은 대여 했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클거 같아 그냥 구입해야 할거 같다.


늘 고매한 취미라 미안하다. 모두에게. 

남편이 제발 일반적(??)일 수는 없냐고.

첼로는 바이올린에 비해 레슨쌤 구하기도 힘들고

레슨비도 비싸다며 투덜 투덜.

쏴리쏴리. 



첼로로 하이든을 연주 하면 얼마나 신나게요.

그날이 올때까지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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