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챙긴다.
출산 앞둔 친구들에게 꼭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뭐 준비해야 해?! 다 준비한 건지 모르겠어."
대부분 이때쯤이면 육아 용품이야 나보다 잘 알고 이미 당근 알람이 울리고 있고 선물도 많이 받은 상태다. 필수 용품을 잘 챙겼는지 가볍게 확인해 주고 이 말을 덧붙인다.
"아니 겪어보니까 이건 꼭 준비해야겠더라. 막달에 혼자 보내는 시간 그때 꼭 알아봐야 해. 내가 뭘 할 때 행복한 지. 아주 아주 짧은 자유 시간에도 고민 없이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무언가 말이야. 어떤 육아 꿀템보다도 난 그 시간이 나를 다시 활기 있게 하는 꿀 중에 꿀 같은 시간이었어. 아기에게 행복한 엄마만큼 좋은 건 없잖아."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말할 수 있게 된 건, 아기가 150일쯤 되고 6~7시간 통잠을 자기 시작했을 때다. 힘들면 소화기관에 직격타를 맞는 나는 밥도 잘 못 먹었다.
몸 쓰는 일을 하는 남편을 배려하기 위해 새벽 육아도 전담해서 담당했다. 결국 속병이 나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두워진 낯빛과 웃음을 잃어버린 나. 한의원 베드에 누워 발견했다.
'정신을 차리자. 건강해야지.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아기에게 좋은 것을 주지.'
나를 위한 작은 시간들을 내기 시작했다.
책장에 꽂아 둔 책 제목만 부지런히 읽기.
원두 맛 진한 라테 한 잔.
집 앞 숲에서 숨쉬기.
버터에 설탕 녹인 토스트 만들어먹기.
자장가로 부를 찬양 연습하기.
FM 93.1 라디오 틀기.
파란 소파에 앉아 멍 때리기.
스팀 청소하기.
해가 뜬 맑은 날 오전 10시 운전하기.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에 갓 지은 흰쌀밥 한 숟갈 호호 불어 먹기.
기억하고 싶은 것 대충 기록해 두기.
마감 시간 있는 것처럼 조급하게 써 둔 글 퇴고하기. 찬바람불 때 테라스에서 따뜻한 음료 마시기.
토마토 스튜.
쭉쭉 스트레칭하기.
남편에게 목 마사지받기.
친구와 전화 통화.
밟으면 터벅터벅 둔탁한 소리 나는 나무 바닥 밟기. 식탁등만 켜고 앉아있기.
청바지에 운동화.
결국 마무리는 사진첩 속 바다 보기로 끝나지만 주어지는 아주 짧은 시간에 확실한 쉼이 돼주었다. 지금 당장 가능하고 구체적일수록 만족감이 크고 효율이 좋았다. 리스트가 다양할수록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니 고민하는 시간 대신 누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출산 전 수많은 "이것만은 꼭" 중 부디 이것만은 꼭 준비했으면 좋겠다. 출산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발견해 두면 더 자주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나에게도 행복한 나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