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보다 아기
어머님의 항암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바다 보러 떠났다. 아주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면서 손주와는 처음 떠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추석부터 내렸다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여전히 내렸다. 맑았으면 더 좋았겠지 싶다가도 웃음꽃 만개한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을 보면 마음이 푹 놓였다.
파도가 멋진 고성 바다와 운치있는 설악산 곁에서 우리는 우리집 바다를 가장 오래 바라보며 행복해했다.
비 덕분에 설악산 계곡의 맑고도 힘찬 풍경을 누렸다. 청량하고 깨끗한 물살에 울렁이던 속이 씻겨지는 듯 했다. 이 쯤에서 내 입덧이 그 물길에 휩쓸려갔기를 바라면서 할아버지 품에 번쩍 안겨 앞서 가는 바다를 느릿한 걸음으로 따라 걸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어느정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멀리 떠나보니 더욱 깨달아진다. 우리의 행복은 멀리 혹은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도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