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코일

Mouth Coil; 입에서 종이 나 천을 뽑아내는 마술

by 글쓰는 욜란다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기다림이었던 치매 노인에게 틀니 없는 저작활동을 다시 학습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한식으로 죽을 만들어 드려도 양식으로 퓌레를 드려도 그것은 밥이 아니니 먹고 돌아서면 씹을 것을 찾으셨다.


아버지는 깊은 밤 이나 새벽녘, 몰래 부엌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셔서 섬유질이 많고 덩어리 진 음식들을 입안 가득 넣고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한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셨다. 입을 벌려 뱉어 내셔라 그러다 죽는다 소리를 지르고 세 자녀들이 달라붙어 손가락을 입에 넣어도 굳게 다문 입은 결국 더 맛있는 음식을 보여 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힘을 풀었다. 입 안 가득 오물을 걷어 내는데 입 속에서 양념 국물이 다 빠진 깻잎이 마술사의 스커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왔다.


병원 담당 책임자를 기다리라는 전화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독립 기념일 휴가로 책임자가 다음 주에나 오는데 이해를 해 달라는 말이니 더 이상 투정도 의미가 없겠다 싶었다. 틀니를 찾았는지, 버렸는지 어떠한 답변도 없이 그저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 사이 나는 또 몇 번이나 찾아가 빌며 메모를 남겼는지, 이제는 내가 다 미안할 정도로 더 이상의 방문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연락을 준다고 하니 기다리는 수밖에. 미국에서 20년을 살며 기다리는 법을 제법 배웠다고 자부했지만 아버지의 생명 줄 앞에서는 조급함이 앞섰다.


울 아버지의 틀니, 생명줄. 씹어 먹는 기쁨, 삶의 낙을 다시 찾아드리고 환자의 소지품을 함부로 버린 병원에 책임을 묻고 보상을 요구해야 했다. 긴 여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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