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전환의 기술

Changing the Subject

by 글쓰는 욜란다

기다린 보람도 없이 병원 책임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입원 중 병원의 실수로 깨지거나 부러진 것이 아니면 우리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신 아버지의 틀니가 200불 인지 2000불 인지를 어떻게 알고 보상해 주느냐는 그녀의 방어적인 태도에 몹시 화가 났다.


입원 기간 중 단 한번 얼굴을 비춘 적 있었던 금발의 그녀는 병실 밖에서 고개만 빼꼼 들이밀고 '뭐 문제없지?' 냅다 큰 소리로 질문만을 던지고 지나간 적 있는 Floor의 매니저였음이 기억났다. 문제가 있으면 너희를 가만 안 두겠다는 그녀의 위엄 있는 모습과 음성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내게는 지금 그녀가 가장 문제 있어 보였다.


전화기 너머로 환자 가족인 나를 마치 자신의 부하 직원이나 간호학교 학생처럼 대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러 그런 사람들을 보아와서 너도 그들 중 한 무리 이겠구나 생각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무슨 서류를 보는 중 인지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내가 말하고 있는 중간중간 대답 없이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소음처럼 크게 들렸다.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전화할 수 없을 만큼 바쁜 몸임을 알리는 비 언어적 메시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이나 Floor를 비웠으니 오죽이나 할 일이 쌓였을까만은 상황이 반복되자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허리를 집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기를 바짝 귀에 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벌벌 떨리는 손이 무호흡과 함께 내 음성도 떨리게 했다.


'우리 가족은 주일 늦은 오후 퇴원 시 제대로 된 퇴원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부랴 부랴 병실을 비워야 했다. 며칠이 지나서도 아니고 그날 바로 연락을 해서 놓고 온 물건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퇴원 후 처치를 위해 신청한 홈케어 스태프들에게도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아직 오지 않고 있고 틀니가 없어 제대로 저작 활동을 못하시니 나의 아버지는 음식도 거부해 지금 영양이 충분하지 못해 회복이 더디 진행되고 있다. 지금 아버지의 틀니를 찾고 있는데 만약 못 찾으면 보상해 드릴 테니 돌아가서 기다려 주세요,라는 당신들의 대답을 들은 후 감감무소식이었고 독립 기념일 주간이라 책임자가 휴가 갔으니 그 후에 연락을 드리겠다는 날짜가 수일이나 지났음에도 거의 일주일 후 책임자라는 사람이 연락 해 하는 대답이 이와 같다면 나는 더 이상 당신과 말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당신 병원의 목적은 환자를 어서 빨리 내보내고 흔적을 없애 다음 환자를 받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무호흡으로 진행된 컴플레인이다.


"저런, 홈케어가 아직 한 번도 안 왔다고? 와야 하는데? 당장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어요."


화제 전환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이 나의 화를 진정시키려는 책임자의 노력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녀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기꺼이 화해의 제스처를 받아 주기로 했다.


깊은 심 호흡 후 '네가 버린 것도 아닌데 너에게 컴플레인한 것은 미안하다. 하지만 퇴원 후 계속 악화되는 아버지 상태가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인 것 같다는 생각에 감정적이 되었다. 이해를 해 주기 바란다.' 나도 발 빠르게 사과했다.


나의 격양된 목소리로 인해 변화된 그녀의 '불친절'이 또 다른 종류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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