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국민건강관리 보험 공단

by 글쓰는 욜란다

#치과#4호선#할아버지선생님#약#겨울#추위#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은 국가 의료보험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자료도 일치감치 디지털화 되었으니 어렵지 않게 아빠의 의료 정보를 찾을 수 있겠지!'


막연한 기대감으로 안산 김민석 치과 안내 데스크 직원분이 알려주신 번호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니임~!"


"안녕하세요, 전화 거는 곳은 미국이고요 이곳 병원에서 잃어버린 아버지 틀니 보상절차를 위해 처음 틀니를 만들었던 병원의 영수증이나 기록이 필요해서요. 저희들이 아는 데로 기억해서 안산에 위치한 치과에 전화 걸어보았지만 기억이 조금씩 틀린 지 아버지 진료 기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노환으로 본인이 기억을 못 하셔서요, 연결된 치과 직원분께서 아버지가 보험을 이용하셨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기록이 있을 테니 문의를 해 보라고 하셔서 전화드렸습니다."


첫 번의 통화보다는 훨씬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본인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네, 저희 아버지이십니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의 법정 대리인이고 필요하다면 법정 대리인 서류도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아니면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옆에 계신데 본인 확인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만요. 여기서는 해 드릴 수 없어서 다른 부서에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기다리는 이 음악을 듣기 위해 나는 또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 할까? 전화 카드에는 지금 얼마 큼의 잔액이 남았을까. 걱정과 궁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잔잔한 클래식이 백색 소음이 될 무렵 수화기 너머로 발랄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친절한 음성이 들렸다.


"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저희 아버지가 미국 병원에서 퇴원하셨는데 병원에서 한국서 만들어 오신 틀니를 잃어버려서요. 보상 처리를 하려면 한국 치과에서 받은 영수증을 가져와야 한다고 하네요. 당시 건강보험을 이용하신 것이 기억이 나서요 혹시 지금 열람 가능하시면 치과 이름 만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전화 상으로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네, 그것은 들었는데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아버지를 도와드릴 수 있을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지금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병원 정보를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좀 더 높은 부서에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기다리시겠습니까?"


"아! 네!! 그런데 지금 제가 카드 전화라서요. 이 전화가 갑자기 끊기면 몇 번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까요?"


"그냥 같은 번호로 거시면 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림.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안될 줄 알면서도 해 보는 일은 나중에 밀어닥칠 후회거리 중 하나라도 줄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사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전화 연결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며 이쯤에서 틀니 찾기를 마무리하여야 하나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 사이 기다림의 대기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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