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보험 관리공단 서초지사
국민 건강 보험 관리 공단 서초지사는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고 하였다. 우리 가족이 거주하던 지역은 북부에 속 해 있어 북부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카드 잔액은 $13.96에서 $10.17로 줄었고 26분이 남았다는 알림이다.
기다림을 알리는 음악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떨리는 마음으로 다급히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플로리다의 시각은 이미 새벽을 넘기고 있었다.
"이곳저곳 다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습니다. 곤란한 상황인 건 알지만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를 돕고 싶은데 틀니를 만든 치과 이름만 알면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혹시 열람하시고 이름 만이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정을 모두 들으 신 상담원 분은 안타까워하시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윗분께 말씀드리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한참을 기다리는 대기 전화 음은 아마도 우리 가족의 기막힌 상황에 대한 설명을 위한 기다림 인 생각이 경험상 느껴졌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수화기 너머로 정말 생전 처음 들어 본 선한 음성의 남자 직원 분이 전화를 받으셨다. 스피커 폰 너머의 감미로운 음성에 언니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복화술로 '이 분 목소리 왜 이렇게 좋으실까 감탄을 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도움을 받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점'이 쳐졌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신데 어려우신 줄 알지만 이석희 님 본인 확인이 가능할까요? 옆에 계시면 바꿔 주시겠습니까?"
"네??? 아, 네!!! 네!!! 잠시만요!"
"아빠, 아빠, 전화. 보험관리 공단이야. 아빠 본인 확인 해야 하신데."
딸들은 희미하게나마 청력이 남아있는 아빠의 왼쪽 귀에 전화기를 대어 드렸다.
"안녕하세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초 북부 지구의 조갑문입니다. 아버님 본인 확인 하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
"아빠, 이름, 이름, 이~~ 름~~"
"이셕키이. 이셕키."
속으로 삼키는 소리가 작게도 들린다.
"지금 이름 말씀 하셨어요."
"네, 그럼 아버님! 따님 이름, 자녀분 이름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아빠, 나, 나 누구야! 내 이름!"
"내 이름?"
"아니, 나, 나, 아빠 딸!."
"화영"
"네, 감사합니다. 그럼 배우자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빠! 엄마! 엄마 이름.... 엄. 마."
"......"
"엄마 이름 말 해. 아빠 와이프."
"...... 잘 모르겠는데요."
함께 산 세월이 50년이 넘어가는데, 2년 전만 하더라도 엄마 학교 영문 transcript며 졸업장을 어디 필요할 수 있으니 파일링해서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당부까지 하시던 분이 이제는 그런 자신의 부인 이름을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럼, 아버님! 다른 자녀 누구 있으세요? 한 분만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언니가 나! 나! 나 누구야! 나! 나! 가슴을 치며 이름을 말하라고 한다.
"지앵이 지앵이지."
"아버님, 그럼 지금 아버님 병원에 대한 정보를 따님께 알려 드리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아버지는 오래간만의 딸들 관심이 좋으셨던지 웃으며 나와 언니를 번갈아 보시고는 이 없는 하회탈 웃음만을 지으신다.
"아빠가 웃으셨어요."
"네, 네, 아버님 감사합니다. 이제 따님 바꿔주세요."
"네, 저 여기 바꿨습니다."
"참 힘드신 상황인데 본인 확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상으로 의료 기록 오픈은 할 수 없지만 아버님이 2015년에 치과 치료받으신 기록이 보입니다. 마포구 한모연 치과네요."
"아! 마포구. 한모연치과. 아! 맞아요, 맞아! 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