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구 박사
구 박사는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유학생 동지로 함께 간호학 전공을 목표로 공부했었다. 돌연 귀국하여 가족이 운영하던 마포의 약국 일을 도맡아 했었다. 그 무렵 톡을 나누던 중 그녀의 약국에 오시던 노인들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첫 번째 고구마다.
"진짜 난 늙어서 저렇게는 못 살아요. 약을 열개 열다섯 개씩...... 약으로 연명하는 삶. 그냥 약 타러 추운데 어르신들 오시는데 못 보겠어. 나는 저렇게는 못 살 거 같아요."
"비타민 먹는다 생각하고 복용해야지 뭐. 참, 울 아빠도 요새 치과 다니시는데 마포에 있데. 잘 봐봐. 그중에 우리 아빠도 있을 수 있어."
"어! 그래요? 언니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흐리지만 강렬했던 기억. 어디 있다 튀어나온 것인가?
"언니, 나 구박사 챈스를 한번 이용해 볼래. 예전에 구박사가 잠시 마포 사촌 언니 약국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 병원을 많이 알 테니 아빠 치과 이름을 들어 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그래. 한번 어서 카톡으로 전화해 봐!."
"구박사! 나야 나! 나 부탁 하나만."
"뭐예요, 언니?"
"박사씨 결혼 전에 마포 약국에서 일할 때 한모연 치과라고 들어 본 적 있어?"
"아니요, 처음 듣는데! 어디 있는 치과인데요?"
"마포구."
"언니, 근데 마포구가...... 마포 어딘지 동을 알 수 있어요? 마포도 넓어서."
"아! '마포구' 구나!"
"홍대도 신촌도 다 마포라서 동을 알아야 하는데, 이름이 뭐라고요?"
"한모연 치과인데, 그때 구박사 약국에서 일할 때 우리 아빠도 마포로 치과 치료 다니셔서 내가 구박사랑 그 이야기하던 게 생각났어."
"......"
"......"
"잠깐만요, 언니."
구박사는 미국에서 간호를 전공으로 선택했었지만 원래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 한 공대 출신 유학생이었다.
"언니, 혹시 한무현치과이니예요?"
"화영아! 삼촌이 불러줄게 메모해! 마포구 도화동 한무현 치과. 삼촌 아는 지인이 하시는 치과인데 삼촌도 숙모도 한국 가면 이 치과 가고 잘해 주시니까 삼촌 이름 말하고 매부, 저기 아빠 가시라고 해!."
#한무현치과#마포구#도화동#할아버지선생님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맞다. 맞아. 마포구 한무현 치과. 어쩌다 나는 안산의 김민석을 생각해 낸 것일까? 나도 아빠처럼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걸까? 기쁨 반 두려움 반이다.
"언니, 내가 뭐 하면 되죠? 뭐 물어보면 돼요?"
"어! 구박사! 고마워. 내가 지금 전화카드가 7분밖에 안 남아서 시간이 부족해. 우선 우리 아빠 이름이랑 주민번호 줄게, 이런 분이 2015년에 치료받으신 적 있는지만 물어봐 줘. 정말 고마워."
"네, 알았어요. 연락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