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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Nov 14. 2022

육수 뽑는 남편, 고기 찢는 아내

진심을 담은  양지 닭곰탕


"김치말이 국수 먹으러 갈까?"

" 오 좋아 좋아"


내가 어릴 때 엄마가 김치말이 밥을 해주셨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있던 남편이 어느 주말 먹으러 가자고 했다.

포천에 있는 김치말이 국수 전문점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었다.

소문난 맛집이니 웨이팅이 긴 건 당연지사.

오래 기다리다 들어가서 주문한 김치말이 국수를 한 입 먹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탄성!!


" 우와 이건 맛의 신세계다!!"

살얼음이 있는 새콤달콤한 국물에 열무김치, 오이, 배, 고추, 계란, 두부까지 갖가지 고명이 얹어진 국수 맛은 완전 내 취향저격이었다.



"여보  이건 서울에 차리면 대박 나겠다"

" 맞아 맞아"

" 이건 무조건 해야 돼"




블도우저 같은 추진력을 가진 아내는 바로 그 집 사장님과 통화를 했고 프랜차이즈를 내주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상가의 자리를 찾아보는데 마침 고급스러운 이태리 식당이었던 곳이 나왔다, 인테리어 비용만 7천이 들었던 곳이었다.

"국숫집으론 어울리지 않지만 여기가 좋겠다"

그리고 몇 번의 면접 끝에  주방실장님도 구하고 모든 게 착착 진행되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심 차게 겁도 없이 요식업에 뛰어든 부부.

그 결과가 어땠는지...

오픈하자마자 점심시간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임대료, 관리비, 재료비,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달 전엔 주방실장님도 그만두었다.


남편은 밤잠을 못 자고 뒤척이며 한숨만 쉬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식당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다가 결심한 듯

"우리가 벌인 일이니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자"

계약기간이 9개월이나 남아있으니 가게를 접을 수도 없어 둘이서 한번 운영해 보기로  것이다.

실장님이 하던 메뉴는 할 수가 없으니 다 없애고 김치말이 국수와 양지 닭곰탕으로만.


남편은 토종닭과 아롱사태와 양지를 넣고 아침마다 육수를 모든 정성을 다해 끓인다. 

아내는 푹 끓여진 국물에서 건져 올린 고기들을 찢는다. 

손님이 몰려오는 점심시간에 손발이 척척 맞아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 쉽지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 보이지 않는 잡일들이 엄청났다.


대부분의 식당 일을 책임지는 남편은 조금씩 지쳐갔고 짜증이 늘어갔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 한편이 아렸다.

'괜히 섣부르게 시작해가지고...'

남편이 힘들어할 때마다 죄인처럼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몸이 약한 아내는 바쁜 점심시간에 2시간 정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게 두 사람이 운영한 지 2달 반이 흘렀다.

사장이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은 손님들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했다.

오신 분들은 그릇을 깨끗이 비우며

"감사합니다. 너무 잘 먹었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가신다.


그럴 때 느껴지는 뿌듯함과 보람은 부부의 마음에 몽글몽글하게 자리 잡았다.

직접 요식업에 뛰어들어 매운맛, 단맛,. 짠맛. 신맛, 고소한 맛을 다 찍어먹어 보았다. 그중 으뜸은 매운맛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꼭 찍어먹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둘이 꼭 닮았다.


"매일 이렇게 맛난 곰탕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맞아 우리 외식비도 많이 줄어들었잖아"

"그치 그치"


내가 봐도 우린 참 해맑은 부부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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