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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Oct 27. 2022

브런치 글을 보고 TV 촬영 의뢰가 들어왔다

내가 뉴스에 출연하다니..


내가 살면서 저녁 뉴스에 출연하게 될 줄이야..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건 글을 쓰는 것만으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물론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다음 주면 브런치 작가가 된 지 8개월이 된다. 그동안 쌓인 글도 늘어나고 브런치 북도 만들어서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도 했다.


그런데 2주 전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강연, 섭외 목적으로 제안이 왔습니다'라고.

순간 너무 갑작스러워서 얼떨떨했고 가슴이 떨렸다. 마치 짝사랑하던 대상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온 수줍은 소녀처럼..


그래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뉴스전문채널 PD님이

'뉴스 속 코너에 매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이번 달 주제는 결혼이다. 그리고 소주제로 황혼이혼 영상을 기획하고 있는데 작가님의 글을 보고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촬영 섭외를 하고 싶다' 이런 내용이었다.




순간 드는 감정은 기쁨, 불안함, 떨림, 기대감, 두려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이 휘몰아쳤다. 여러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성향이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란 마음이 제일 컸다. 그리고 상담사이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편감도 컸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스믈스믈 올라왔다. 하기 싫은데 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출렁거렸다.


일단은 감사한 마음으로 PD님께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ㅇㅇㅇ 방송국 ㅇㅇㅇPD입니다"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일단 난 상담사이기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했고 가능하면 목소리 변조도 가능한지 물어봤다.


PD님은 좀 난감해하시며 " 그렇게 되면 무슨 커다란 잘못을 한 사람처럼 비칠 수 있어서요"

듣고 보니 그렇네. 무슨 범죄자도 아닌데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 변조까지?

"전 재혼을 했으니 남편과 같이 촬영하는 건 어떨까요?"

"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제작팀과 일단 상의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흥분된 상태로 남편에게 달려가서

" 뉴스 방송 PD님이 연락이 왔는데 황혼이혼을 주제로 기획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줄 수 있냐고 하네요"

" 진짜? 그럼 출연해야지"

" 내가 얼굴을 가려줄 수 있냐고 했더니 난감해하시더라고"

" 얼굴을 왜 가려? 무슨 죄 졌어?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 보여주면 좋잖아"

" 그럴까? 난 당신과 함께 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곧바로 PD님께 전화를 걸었다.

" 남편도 출연하는 것에 동의했어요 그리고 얼굴 안 가리고 출연해도 될 것 같아요"

" 아.. 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 "

갑자기 바뀐 나의 태도에 PD님은 또 당황스러워하셨다.




일단 촬영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일사처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주 화요일에 장장 4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 상담실에서 상담하는 모습, 남편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모습, 근처 공원을 함께 산책하는 모습...


-왜 황혼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 이혼을 결심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이혼 이후에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남편의 어떤 점이 가장 좋았는지

-재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삶에서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끝도 없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도 떨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을 잘하는 내가 너무 신기했다. 아마도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치유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리라.

'나 방송 체질이었네 하나도 떨리지 않아'

그렇게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해나가면서 내 지난 결혼생활과 이혼, 재혼의 과정이 머릿속에서 쭈욱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주 화요일 방송시간이 되어 남편과 난 TV 앞에 함께 앉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청을 했다. 4분 정도 우리 부부가 나왔는데 4분이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4시간을 4분으로 편집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임팩트 있게 잘했는지  감탄스러웠다.




방송이 끝나자 남편은 신이 나서 얼굴에 기쁨이 차고 넘쳤다.

" 당신 이제 스타 상담사가 되었다 나 당신 매니저 할 테니 당신은 앞으로 방송만 해"

"누가 또 출연시켜준대? 근데 당신도 말 정말 잘했네. 마지막 문구 한 가족, 한 사람, 한 사랑이라고 한 거 너무 멋지다"

"난 내가 그런 말 했는지 기억도 안나 진짜 편집을 잘했다"

"그러게 그러게"

" 당신 목소리 정말 좋다. 당신 목소리로 내 글  읽어주는 유튜브 하자"

" 내 목소리가 그렇게 좋아? 평소 목소리하고는 많이 다르지?"

"상담하는 목소리 진짜 성우보다 좋아"

그날 밤 우리의 수다는 끝도 없이 이어질 기세였다.


" 여보 나 브런치 작가 되길 정말 잘한 것 같아 그리고 나의 황혼이혼과 재혼이 세상에 다 알려지니 오히려 홀가분하고 더 당당하게 앞으로의 삶을 살 수 있는 느낌이 들어 무엇보다 당신과 함께면 세상에 두려울 것 없다는 확신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어"

" 그래 당신 힘들게 살았던 것만큼 앞으로 더 기쁘고 즐겁게 살아야지"

" 우리 둘이서라면 행복할 수 있어"

" 그래 여보 우리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 응 그러자 나도 너무너무 사랑해"




남편 지인인 후배가 방송을 보고

"두 분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ㅇㅇㅇ방송국이 협찬한 느낌이네요"

또 내 지인은

"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우리 엄마는

"장하다 내 딸 잘했어"

대학원 선배는

" 진짜 차분하게 말을 잘하네 완전 방송 체질이야"

이런 피드백을 들으며 마음 뿌듯한 행복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https://youtu.be/C5 PfU85-x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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