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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an 16. 2023

아들 아니라 남편이라구요!!

연하 남편 때문에...


지난주 토요일 오후 드디어 나디오의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 압구정동에 있는 녹음실로 갔다.

처음 하는 녹음이라 속으로 적잖이 긴장이 되긴 했다. 혼자 가겠다는 내게 남편은 굳이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압구정동 골목을 헤매다 겨우 찾아 3층 녹음실로 올라갔다. 녹음실에선 선배 작가님 녹음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얼마나 목소리가 좋으신지 주눅이 잔뜩 들어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대표님이 계신 녹음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저 17기 정민유예요"

처음 만났지만 반갑게 인사를 했다.

" 아 네에 기억나요. 엄마가 미스코리아라고 하시던 분 맞죠?"

" 네 맞아요 저예요"

그러면서 옆에 계신 두 분의 선배님을 소개해 주셨다.


나도 저쪽 소파에 조용히 앉아있는 남편을 가리키며

" 저기 남편이랑 같이 왔어요"라고 하자마자

" 네? 남편이라고요? 아들 아니고요?"라고 하시는 거다.

" 아니요 남편 맞아요"

" 그럼 연하시구나? 몇 살 연하세요?"라고 물으시길래

"5살 연하예요"

"네? 20살 연하 아니시고요?"

아... 진짜... 아들 같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들을 때마다 충격적이긴 하다.




" 근데 진짜 능력자시네요!!"

세 명의 여자분들은 내 옆으로 모여 재미있는 사건이 생긴 것처럼 신이 나셨다. 모.. 나도 그래서 같이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 처음 만날 때 전 돌싱이었고 남편은 총각이었어요. 제 브런치북에 그 스토리 다 있어요"

" 우와~ 비법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그렇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 모임에서 서로 눈이 딱 마주쳤고 제가 '이리 오세요'하고 남편을 불렀죠. 이 사람이다!! 생각하면 돌진하는 거예요"


이렇게 네 명의 기 센 여자들이 엄청난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남편은 좌불안석하며 소파에 앉아있었다.

네 명의 여자들이 남편 앞 소파로 가서 앉았다.

세 명의 여자분이 남편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 진짜 30대라고 해도 믿겠어요"

한 작가님이 남편에게 "마스크 좀 벗어보세요"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마스크를 절대 내리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난 긴장은 커녕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서 목을 아낄 생각도 않고 수다를 떨었다. 최근에 이렇게 케미가 맞는 분들을 만난 건 처음이라서... 남편은 이런 내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인지 신기해했다.


그렇게 한동안 대화를 하다가 남편이 나더러 목이 마르지 않냐면서 물을 떠다 주었다.

" 난 집에서 남편 물 떠다 주는 게 당연한데 남편 분이 물도 떠 주시네요"

난 속으로 그 정도는 '새발에 피'인데요. 하지만 거기서 더 자랑질했다가는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아질 듯해서 그쯤에서 절제를 했다. 남편은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었는지 밖에 좀 돌아다니고 오겠다고 나갔다.




시간이 돼서 내 녹음시간이 되었고 난 1시간이 배정된 시간인데 20분 만에 녹음을 끝내고 나왔다. 하나도 떨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녹음을 했다.

" 연습 많이 하셨나 봐요" 대표님께 칭찬도 들었다.

그날 오랜만에 내 안에 잠자고 있던 E가 튀어나왔고 너무 즐거운 경험을 했다. 역시 난 ENFP가 맞는 건가?


"꼭 초 단편소설(로맨스) 심화반 들으시고 두 분의 에피소드 꼭 써서 나디오에 올려주세요"

대표님의 제안에 이미 유명 오디오작가가 된 듯 가슴이 두둥실 부풀어 올렸다.


하지만 그날밤 '아들 같다'는 말이 마음에 남아 그다음 날 미용실에 가서 좀 어려 보이게 커트를 한 건 안 비밀...ㅋ


#글루틴 1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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