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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an 27. 2023

올해 목표는 책쓰기인데...

책 쓰기에 좌절감이 찾아왔다.


연초에 올해 계획을 '기획출간으로 책내기'로 정했다. 1년 가까이 브런치에 쓴 글이 100개 정도 되니 조금만 보태고 수정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작년에 '책을 내고 싶다'보다는 올해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색깔이 좀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작년엔 도착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던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가는 느낌이랄까?

작년에 새해계획은 5가지 정도였는데 올해엔 오로지  '책내기'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1달 동안 글쓰기를 매일 하는 글루틴도 신청을 하고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지인들 중에 책을 출간하신 분들의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고 어제는 관심 가는 출판사의 목록도 적어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투고를 하면 출판사에서 출간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오는 상상을 하며 행복함에 젖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다른 작가님들의 책을 읽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복병이 생겼다.

내가 글을 너무 못쓰는 것 같고 자꾸 비교를 하며 좌절하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 과연 내가 책을 낼 수 있을까?"

" 이 정도의 필력으로 책을 낸다고?"

" 난 왜 이렇게 묘사를 못하는 거지?"

화려한 묘사와 문학적인 문체로 글을 쓰시는 작가님이 너무 부러워졌다. 그런 글을 볼 때 내 글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다.

부끄럽고 무기력해지고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서 " 도대체 왜 그렇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거지?" 란 의문이 다시 생겨났다.




사실 처음엔 늦은 나이에 남편과 만나 알콩달콩 사는 모습, 우리가 느끼기엔 영화 같은 에피소드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중년 아줌마, 아저씨의 사랑이야기에 관심 가져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대부분 응원해 주시기도 하지만 샘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사랑이야기를 책으로 냈을 때 사서 읽는 분이 계실까?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또 심리상담의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상담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상담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을 표현하고 전하고 싶었다.

비슷한 상처와 아픔이 있는 분들이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하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심리상담에 대한 책들은 이미 많이 출간된 것 같다.


<치유의 글쓰기>에서는 열등감 덩어리에 사회불안증, 외모콤플렉스였던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썼다. 오랜 시간 상담을 받으며 치유가 거의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글로 쓰니 좀 더 깊이 감정과 만나지고 그 시절의 나를 애도하게 되었다. 남아있던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까지 다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내 책은 자존감 낮았던 내가 그런 상처들을 극복하고 심리상담사가 된 과정을 써야지..라고 종적으로 결정했는데...

헉!! 이런 비슷한 내용의 책이 작년 말쯤에 출간되었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된 것이다.

하물며 나보다 훨씬 글을 잘 쓰셨다. 꿈에 부풀었던 내 마음이 순간 내리막으로 쑥 곤두박칠치는 느낌이었다.

'그럼 난 무슨 내용으로 책을 써야 하지?'

' 내가 책을 쓴다는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까?'




나의 책 쓰기 프로젝트가 커다란 장벽에 부딪혔다.

길을 잃은 느낌이다. 과연 뚫고 나갈 수 있을까?

그냥 포기하는 게 나으려나?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생각해 보니 처음 글 쓸 때부터 다른 작가님의 글을 보면 항상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꼈던 것 같다.

초보작가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천재적인 작가도 아니고 처음부터 잘 쓴다는 건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그럼 내가 욕심내고 있었던 게 맞다. 내 성격대로 불도우저처럼 밀어붙이려고 했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드니 좌절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옅어졌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포기하지 말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여유 있게 걸어가 보자.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이루어질 거라 믿는다.




#글루틴 18 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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