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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an 31. 2023

글쓰기를 반추하다

글루틴 1달을 마치며


'반추하다'는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하다란 뜻이다.


브런치작가가 된 지 이제 곧 1년이다.

작년 2월 초 브런치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1번의 고배를 마신 후여서 더 기뻤는지도 모른다.

그날부터 미친 듯이 글을 썼다. 2월 한 달 동안 27개의 글을 발행했다.


5주 동안 글쓰기 강의를 해주셨던 작가님이

 " 민유작가님은 글쓰기 위해 태어난 분 같아요"라고 하실 정도였다.

나도 내 안에 쌓인 이야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다는 게 놀라웠다.

남편과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상담 장면에서의 경험

어린 시절 상처와 추억등

내면에서 쭈욱 밀고 올라왔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재미'이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움직인다. 상담공부도 재미가 있어서 했고 상담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뭐 하나에 빠지만 푹 빠져버리는 성격이다.

좋아하는 감정도 대충은 없었다.

그런데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매일매일 머릿속에 글에 대한 생각들이 넘실댔다.

남편이 '작가의 근무지는 머리 속이다'라고 했던 말이 실감이 되었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재미없고 글 쓰는 것에만 에너지를 쏟아부은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6~7월부터 슬슬 슬럼프가 시작되었다.

쓸려고 앉아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써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느낌.  확 뜨거워졌다가 식어버린 양은 냄비처럼.. 작년 말쯤엔 1달에 2~3개의 글도 겨우 쓰는 정도.

안에서 밀고 올라오던 글감들이 "이제 많이 썼다 아이가"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글루틴 2기 모집이 눈에 들어왔고 '그래 이젠 강제성이 필요해'하며 바로 신청했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서서히 글로 친해졌다.

글친구들과 함께 의쌰의쌰하며 글을 쓰니 예전 글쓰기와의 첫사랑에 빠졌을 때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예전처럼 글감이 쑥 밀고 올라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생각의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우면 하나의 생각이 낚여 올라오고 쓰기 시작하면 저절로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화가 나거나 좌절되거나 기분이 다운될 때 그때의 감정을 바로 글로 쓰면 부정적인 감정이 스르륵 사라졌다. 따뜻하게 댓글을 달아주는 글친구들의 존재가 다시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기다란 코끼리 열차에 함께 타고 여행을 하는 느낌이랄까? 기차에 타고만 있으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책 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자꾸 비교하게 되고 내 글솜씨가 형편없이 느껴져 작아지곤 했다.

하지만 글 또한 또 다른 나이기에 나부터 내 글을 좋아해 주기로 했다.

글자존감이 조금씩 높아지리라 믿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게 진정한 자존감이듯 있는 그대로의 내 글도 사랑해야지.


아침에 눈을 뜨면 물만 마시고 안마의자로 간다.

잠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고 순식간에 써 내려간다.

브런치에 쓴 글은 모두 핸드폰으로 썼다.

30분 안에 글 하나가 완성된다.(그래서 긴 글은 못 쓴다) 급한 성격 때문에 오래 붙들고 있지를 못한다. 대학원 다닐 때도 시험 볼 때 항상 제일 먼저 쓰고 나왔다.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1달 동안 글루틴 글친구들 덕분에 외롭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비슷한 연령대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사는 젊은 분들에게 밝은 에너지도 많이 받았고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면서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는 모습에 나도 더 자극을 받은 것 같다.

모든 글친구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2023년 1월의 시작을 글쓰기와 함께 했으니 올 한 해는 어떤 해보다 더 밀도 있는 삶을 살게 될 거라 믿는다.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해요.


#글루틴 20 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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