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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10. 2023

글도 생긴 대로 쓰는구나..

MBTI 성향에 따른 글 쓰는 스타일의 차이


사람은 생긴 대로 산다는데 글도 생긴 대로 쓴다는 걸 오늘 아침 알아버렸다.


새벽 5시 반 <그저, 작가> 글쓰기 심화반 줌모임이 있었다.

알람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꼽만 떼고 옷을 챙겨 입고 노트북을 들고 같은 건물에 있는 상담실로 향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른 새벽 상가를 걸어가려니 최근에 봤던 드라마 <일타스캔들>쇠구슬 장면이 생각나서 조금 오싹하기도 했다.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야' 애써 담담한 척  숨을 참는 것처럼 걸어갔다. 상담실에 도착하고 줌을 켰다.


리더인 힐러진 작가님과 5명의 글벗 작가님과 1달 동안 글쓰기를 했던 것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4번 글을 써서 인증사진을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4주 동안 페이백을 받으며 모두 성공했다.

글을 쓰는 작업은 외로운 혼자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 덜 외로웠다.




어떤 작가님은 영감님이 오셔야 글을 쓰는데 의무적으로 쓰는 것 같아 인위적인 느낌이 드셨다고 했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브런치작가가 되고 초반엔 글감이 불쑥 말을 걸어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글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은 책 쓰기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인지 어느 정도 계획을 하고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을 틀을 짜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생각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처음 시작은 '이런 글을 써야지'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다른 이야기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글은 내용에 맞춰 제목을 바꾸기도 한다.

전형적인 P성향의 글쓰기 스타일이다.


얼마 전 J성향의 작가님이

"기승전결의 기본적인 틀을 정해 놓고 글을 써요.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쓰고요."라는 말씀을 하셔서 나도 적용해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일단은 원래 스타일대로 쭈르륵 쓴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민유작가님은 무엇이 갖추어지면 원하는 모습에 가닿을까요?"

리더 작가님이 물어보셨다.

" 요즘 제가 관심 갖는 건 표현력과 세부묘사예요.

전 미사여구가 많은 아름다운 글을 보면 부러워서 한없이 작아져요. 디테일한 세부묘사가 너무 어려워요. 제 글은 단순하고 담백하고 여성적이지 않은 느낌이거든요"


"민유작가님은 미사여구, 여성스러움.. 이런 면을 동경하시는 것 같네요. 지난번 중저음의 목소리 글에서도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라고 생각하셨다고 했고요."

" 맞아요. 나의 중성적인 느낌보다는 여리여리하고 보드라운 감성을 부러워하는 듯해요. 전 한 지점에 머물며 모든 감각을 활성화시켜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게 진짜 어려워요."


직관형(N성향)의 난 디테일이 어렵다. 그냥 큼직큼직, 성큼성큼 글을 쓴다. 반면 감각형(S성향)인 분들은 오감을 통해 경험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관찰력이 더 좋다. 관찰력이 좋으니 묘사를 잘할 수밖에...


오늘 나 말고 두 분 작가님은 감각형(S 성향)이셨는데 그중 한 분이 지난번 합평 때 쓰신 글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묘사를 많이 해서 나중에 보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하셨다.

" 전 좀 더 담백하게 쓰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내가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그 작가님의 어마어마한 세부묘사를 보며 난 경탄했었는데 작가님은 그런 자신의 장점이 과하다고 느끼셨구나....


"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대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리더작가님이 나의 말을 듣고

"결국 생긴 대로 글을 쓰는 거네요"라고 하셔서 우리 모두는 새벽에 일어난 피곤함도 잊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생긴 대로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누구의 글도 아닌 나만의 독특성을 가진 문체가 탄생하는 거겠지...


"오늘 이걸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어요"

"역시 민유작가님의 행동력은 누구도 따를 수가 없죠"

" 모 그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이긴 합니다."

오늘도 난 어느 누구의 글도 아닌 내 생긴대로의 글을 쓰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듯 나만의 스타일의 글을 사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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