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죽으리이다'란 마음으로 작년 3월에 걷기를 시작해서 6개월 이상 꾸준히 해왔다. 걸으니 허리통증도 줄어들고 삶의 활력이 생겼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걸으며 자연이 변해가는 걸 보는 기쁨도 컸다. 그래서 스스로 걷기 전도사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런데 한번 안 하기 시작하니 왜 그렇게 나오기가 싫던지
참...
9월부터 생전 처음 주방 알바를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 2시간 반정도 남편 식당에서 주방 일을 도와주고 있다. 내가 하는 역할은 밥을 뜨고 그 위에 닭고기와 양지와 아롱사태를 보기 좋게 얹는 일이다.
크게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안 하던 육체노동이 무리가 되긴 했다. 그러면서 걷기를 안 하게 된 것 같다. 점심때 회사원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가고 나면 아픈 허리가 더 아파지고 바로 집으로 올라가서 누워야 했다.
그래야 또 오후에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상담을 하고 나면 또 힘들어져서 누웠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나갔다.
추우니 거의 밖에도 안나가게 되고 어떨 땐 5일 동안 바깥공기를 못 맡은 적도 있다.
집과 식당과 상담실이 같은 건물에 있어서다.
매일 진통제로 버티면서 지냈으나 그것도 하도 먹으니 약효도 없어졌다.
그렇게 누워있으니 이런 몸으로 80~90살까지 산다는 게 고역처럼 느껴졌다. 하루도 안 아픈 날이 없을 지경이었다.온몸이 굳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맨날 아프다고 누워있으니 남편 보기도 미안했다.
남편은 함께 영화도 보고 맥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길 원했으나 난 10시만 되면 졸렸다.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내가 먼저 잠들어버린 적도 많아서 수시로 내가 자는지 확인을 해야 할 정도였다.
5살이나 많은 아픈 아내랑 사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다. 어떤 날은 자다가 살짝 잠이 깼는데 푸~푸 거리며 자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이런 아내를 그래도 사랑해 주는 남편이 고맙기도 하지만 짠한 느낌이 더 크다.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 텐데..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어젠 몸의 통증이 참기 힘들 정도가 되었고 우울함이 밀려왔다. 그나마 열심을 냈던 글쓰기마저 시들한 느낌이었다. 괜히 책을 내겠다는 계획은 세워가지고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기력한 느낌이 들면서 모든 게 다 후회스러웠다.
'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오늘은 2월 4일 입춘이다. 봄의 시작이라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든든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가까운 공원으로 걸어가는 내 눈앞에 오묘한 빛깔의 구름과 여명이 나타나고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추울 줄 알았는데 아침 공기가 상쾌하게 코로 들어왔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아프던 허리와 무릎도 걸을수록 통증이 줄어들었다.
걷기의 위력에 대해 익히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왜 그토록 힘들었을까?
무릎이 아프니 또 겁이 났었나 보다. 겨울이 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통증이 심해진다. 아파도 참고 걸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프면 무섭다.
하지만 오늘 용감하게 다시 시작했다. 그건 두려움과 나의 싸움이었다. 두려움에게 함몰되지 않고 이겨냈다. 이제 나의 다리는 걸을수록 더 튼튼해질 것이다.
역시 걷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매일 걸어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이건 살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