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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고요함을 사랑해요.

산책 갈까? 글을 쓸까?

by 정민유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더 일찍 눈이 떠졌네.

요즘은 눈 뜨면 산책을 갈까? 글을 쓸까? 고민에 빠진다.

둘 다 너무 좋아하는 일이기에...

산책 가서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것도 놓치기 싫은 기쁨이고 글쓰기도 새벽에 해야 글이 술술 나온다.

어제 산책을 했으니 오늘은 글을 쓰는 게 좋겠다.

하지만 배가 고파 빵을 먼저 먹기로 결정한다.


남편이 빵 좋아하는 날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발뮤다토스터기(죽은 빵도 살린다는)에 쌀식빵을 넣고 시간을 맞춘다.

아주 적당한 갈색이 되도록 구워진 식빵을 매우 사랑한다.

남편이 건강에 안 좋다고 다른 걸 먹게 시도해 봤지만 내가 빵 먹는 표정을 보고 포기했단다.

"세상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 봐"


유리컵에 우유를 따른다.

냉장고에서 무염버터를 꺼낸다. 딸기잼도 꺼낼까? 잠시 멈칫했지만 오늘은 버터만 먹기로 결정한다.

"띠딩띠딩"

빵이 다 구워졌다. 고소한 냄새가 나의 허기를 자극한다.

세상에 수많은 향기로운 향수가 있지만 갓 구운 빵냄새만큼 향기로운 냄새는 없을 거라 단언한다.

쟁반에 빵과 우유와 버터를 담아 창가에 있는 남편 책상으로 온다.


창밖은 아직 어슴푸레하다.

34층에서 내려다보니 벌써 차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어디론가 향한다.

멀리 보이는 한강엔 불빛들이 비춰서 화려한 모습이다.

비록 작은 오피스텔이지만 어느 스카이라운지 못지않다.


이제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 먹는 시간이다.

버터를 조금 떼어 잘 구워진 식빵에 얹는다.

"빠삭"

적당히 구워진 바삭한 식빵이 입에 들어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우유를 마셔야 한다.

난 입속에서 음식이 섞이는 맛을 너무 좋아한다.

고소한 식빵과 버터, 제일 좋아하는 음료인 우유.

암 겸험자(암환자라는 말은 너무 세다)인 나에겐 별로 권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쌀식빵을 먹는 걸로 타협을 보았다.


한입, 두 입, 세입 차츰차츰 내 입속으로 빵이 사라질 때마다 조금 아쉽다.

하지만 1개 이상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냥 내가 정해 놓은 원칙이다.

전부다 입속으로 사라졌다. 미련 없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러 간다.

일리캡슐을 기계에 넣고 누른다.

"지이이잉"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그리고 다시 창가로 온다.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꺼내 브런치 앱을 눌러 글을 쓴다.

오른손 손가락으로 매일 글을 썼더니 오른쪽 손목이 좀 맛이 갔다.

그런데도 또 쓰고 있는 거보니 글쓰기중독이 확실하다.

이 중독은 어떻게 고쳐야 하는 거지? 잠시 고민하지만 방법이 있긴 하다.

노트북으로 쓰면 되지.

눈을 들어보니 여명이 밝았다.

이제 아침이다.

오늘 하루 또 시작해 보자!!

오늘은 어떤 하루가 나를 맞아주려나..?


내일 또 만나자... 나의 새벽의 고요한 시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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