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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들 같은 남자랑 산다

연상연하 커플

by 정민유


우리는 5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이다.

게다가 남편은 심하게 동안이다.


통통한 볼살과 늘씬한 몸매로 절대 50대로는 안 보인다. 어려 보이는 남편의 외모가 난 좋지만

좋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거.

하물며 어떤 사람은 30대로 보시기도 한다.

처음 만날 때 그는 총각, 나는 돌싱이었다.


"남편 분이 어려 보이시네요"

"네 5살 연하거든요"

"어머!! 능력 자시네요"라는 반응을 한다.

"네 감사합니다 "라고 하지만

어린 남자랑 살면 능력자라고 보는 시선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심지어 최근에 마스크를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주저함 없이

" 아들이세요?"라고 하는 거다.

'허걱!! 그건 아니잖아~~~'

처음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엄청 미웠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동생도 아니고 엄마라고?

나도 나름 동안이란 얘기 들었었다고요..'

하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이런 말을 듣다 보니 이제는 화내기도 지친다.

남편을 노안으로 바꿀 수도 없고

어려 보이는 걸 어떻게 바꾼단 말인가?


'그래~ 난 아들 같은 남자랑 산다. 왜?

우리 둘이 좋으면 된 거지..'






우리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래요 오래도록 그 마음 변치 마세요"

라든지,

"이제 만난 지 얼마나 된 거죠?"라며 우리의 사랑을 그대로 인정해 주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만난 지 1년 4개월 만에 결혼식을 했는데 사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나는 다시 결혼을 하는 것에는 회의적이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랑을 오래 이어가는데 별로 효과적인 것 같지 않았다.


"민유야 그냥 연애만 해. 왜 굳이 결혼을 또 하려고 하는 거야?"

나의 베프도 별로 탐탁지 않아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혼란스러웠다.


거기다 세 딸들에 대한 마음도 있었다.

엄마의 이혼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해도 엄마의 재혼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첫 번째 결혼의 실패 때문에 결혼이라는 데 부정적인 선입견이 컸다.

남자는 결혼하면

'잡은 물고기에 밥을 주지 않는다'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만난 지 10개월 만에 암에 걸려서 입원을 하고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하는데 관계를 쓰는 칸에 남편(그 당시에 남친)은 선뜻 뭐라고 써야 할지 고민이 되더란다.

배우자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은 법적인 배우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수술을 하고 나서 병원에서 함께 자면서 얼마나 애지중지 나를 간호하는지 2인실 병동에 있던 다른 환우 분께서 질투를 할 정도였다.


수시로 손, 발을 주물러 주는 건 물론이고

수술 후 처음 밥 먹는 것, 처음 걷는 것 등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동영상을 찍어서 가족 채팅방에 올렸다.


사실 이혼하고 혼자 살 때 신장결석 수술을 한 적이 있다.

그땐 간호해 줄 사람이 없어서 혼자 입원하고 수술하고 퇴원했었다.

얼마나 서럽고 슬프던 지..


'내가 아플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했었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정말 따뜻하고 섬세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다.




퇴원하는 날 옆에 입원해 계시던 그 환우분이 수술하고 6일 만에

퇴원하는 나를 보며


"어머 벌써 퇴원을 하세요?

남편분이 너무 간호를 잘해주셔서 빨리 퇴원하시는 거예요"

" ㅇㅇ님 남편 분도 엄청 자상하시던데요"

" 우리 남편도 자상한 거로는 어디 가서 안 지는데 이번엔 우리가 졌어요"

남편과 나는 활짝 웃으며 병원을 나섰다.


암이 걸리고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이런 남자와는 불안해하지 않고 결혼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의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내가 평생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남자다


그리고 5개월 후 코로나 상황 중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나는 아들 같은 남자랑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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