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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by 정민유


(음식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제 1년 만에 석사동기 동생과 만났다. 그녀와는 13년 정도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다. 서로의 비밀을 다 공유할 만큼..,


그녀는 퇴근하고 걸어서 왔노라고 씩씩하게 약속장소로 들어왔다. 1년 만에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좀 유연해진 느낌이랄까..?

최근에 직장을 옮기고 힘든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신체증상까지 생겼다며 아토피가 생긴 팔을 보여주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그 상사의 이야기를 들었고 차를 마시러 옮겨서도 그 이야기가 이어졌다.

2시간 가까이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더 좋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고 듣고 싶은데...'

오랜만에 만나 부정적인 얘기로 그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듯해서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하니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었다.



마지막 즈음에

" 우리의 귀한 시간을 그 사람 얘기만 하느라 정작 좋은 이야기는 하지 못해서 아쉽네..."라고 내 마음을 표현했다.


" 맞아 내가 그 문제에 함몰되어 있어서 머리로는 그만하고 싶은데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네..." 라며 속상해했다.


" 마음속 깊은 곳의 역동이 건드려져서 그럴 거야. 한번 그 문제를 분석받아보면 좋을 것 같아"


" 그래 그래야 할 것 같아..

내 미해결과제가 그 사람으로 인해 건드려진 것 같아. 언니 말이 맞아.

그런데 오늘 언니의 모습이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 제일 좋다. 비록 절뚝거리며 걷지만 예전의 모습보다 훨씬 예뻐.

목소리도 차분해지고 더 여유 있고 깊어진 느낌이야"


"아마도 지난 4개월간 무릎통증으로 하나님과의 영적인 관계가 회복되었기 때문일 거야. 나도 그동안 내 욕구로 결정하고 행동했다면 아픈 시간 동안 더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잠잠히 기다리는 연습을 하게 되었어"


섣부른 조언이나 쉽게 지적하는 대신 애정 어리게 얘기해 준 진심이 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곤하지만 충만한 무언가가 가슴에서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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