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은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린다.
그 구멍으로 인해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공허감은 내면이 비어 있다고 느끼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가진 그 무엇이 나에게는 없다고 느끼게 된다.
나도 그랬다. 20~30대에는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공허감이 있었지만 크게 의식하진 못했었다. 하지만 40살이 되면서부터 집에 혼자 있거나 저녁때가 되면 뭔지 모를 감정이 들면서 안전부절 못하게 되었다. 이런 느낌이 싫어서 뭔가를 하려고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불안하고 무기력해졌다.
나중에 상담공부를 하며 이 감정의 이름이 '공허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마음속의 구멍은 채우기가 정말 어렵다.
30대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러 다녔었다.
요리, 꽃꽂이, 양재, 영어회화, 서예, 에어로빅, 스쿼시, 성경공부 등.
급기야는 상담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이런 노력들이 마음의 구멍을 메꾸기 위한 나의 피터지는 노력이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그러나 공허감을 치유하는 데는 실패했다. 신앙생활에 전념하며 이 구멍을 채우려 했던 적도 있다.
일주일에 5일 이상 교회에 갔다. 성경공부, 중창단연습, 여전도회 모임, 수요예배. 금요예배, 주일예배..
하지만 믿음생활을 하며 일시적으로 충만해진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슉 빠져나갔다.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엉엉 울면서 하나님께 절규했다.
'하나님 있는 그대로 날 사랑해 주신다는데 전 도저히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요.. '
사람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에 알 수가 없었던 거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결국은 공허감 치유의 정답은 사랑이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연결은 우리로 하여금 실존적 불안뿐 아니라 공허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준다.
3년 가까이 상담을 받으며 어느 정도 자존감도 올라가고 정서적인 어려움들이 치유되기는 했다.하지만 상담선생님은 정신분석적으로 상담을 하시는 분이셔서 인간적으로 날 좋아해 주신다는 따뜻함은 별로 느끼질 못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허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결핍은 치유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고 나서야 이 구멍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정한 사랑을 찾아
이혼을 했다. 사랑 때문에 이혼한다고 할 때 이런 공허감을 겸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슨 사랑 타령이냐? 사랑해서 사는 부부가 얼마나 되냐? 며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야 따뜻한 사랑을 처음 경험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내가 원하는 건 날 바라봐주는 애정 어린 따뜻한 눈빛이었다.
뻥 뚫린 것 같았던 구멍이 차즘 차츰 메워지고 이젠 아예 없어졌다고 느낀다.
공허감이 어떤 거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땅에 발을 디디고 선 느낌이 들고 내면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다는 느낌도 이제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에게 사랑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나쁜 그런 차원이 아니라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과업이었고 생명만큼 간절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