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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정답이다
사랑만이 해답입니다
박노해 사진전에서..
by
정민유
Feb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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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오늘
나의 21살 어린 베프에게 연락이 왔다.
박노해 사진전을 보러 가자고..
그녀의 취향과 감각을 믿기에 난 두말없이 가겠다고 했다.
거의 딸뻘인 베프와는 상담 인턴 수련 때 만난 사이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코드가 딱 맞아 베프가 되었다.
세대차이가 날 법도 한데 우린 그런 걸 못 느낄 정도로 잘 통했다.
그런 우리를 사람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한다.
그녀를 전시회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전시회 제목은 <다른 길>이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전시실로 들어간 내 시선을 사로잡은 사진
.
인도 갠지스 강에 노부부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는 뒷모습
.
.
아마도 삶의 마지막을 함께 맞이하려고 들어가는 거였다고 기억이 되는데...
얼마나 사랑하면 같은 시간에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을까..?
아님 삶이 너무 힘들어서 함께 죽기로 결심한 것일까..?
그 노부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두움이나 슬픔의 느낌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환희와 기대가 느껴졌다.
먹먹해진 마음으로 한참을 그 사진 앞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지금 박노해 작가님 사인회가 있습니다"라고 주최 측의 방송이
들려왔다.
베프와 난
깜짝 놀라며 재빠르게 줄을 섰다.
"이런 행운도 있네요!!"
내 차례가 되어 작가님 앞에 앉아서 얼굴을 보니
눈에서는 빛이 났고 뭔가 영험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사진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뭐였나요?"
망성일 필요도 없이 아까 날 감동시켰던 그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날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책 앞장에
써 주신 문구.
"모크샤... 사랑.. 대자유!"
그리곤 "사랑만이 해답입니다"라고 하셨다.
(모크샤의 뜻은 인도의 고대 사상가들이 평안, 안락, 행복과 같은 이상을 목적으로
이에 도달하는 것)
그 잠깐의 순간에 내 삶 전체를 꿰뚫어 보신 느낌이었다!!
사랑이라는 게 나에게 얼마나 절실했으며 얼마나 간절하게 바랬던 건지...
그걸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씀하시다니..
신비한 경험이었다...
그 당시 난 사랑만 쏙 빠진 빈껍데기 같은 결혼생활을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모'라며 스스로를 속이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꼭 예언이라도 한 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전시회의 제목처럼 내 인생의 다른 길을 가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
그 전시회를 다녀오고 그다음 해에
27년의 길고 긴 힘겨운 결혼생활을 접었다.
어떤 이들은 내가 사랑 때문에 이혼했다고 하면 "사랑해서 결혼 생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요?"라며 날 철없는 몽상가 취급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보기엔 강남의 최고급 빌라에 전문직 남편에 노후가 보장된 풍요로운 삶을 떨치고 나온 내가 이해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이 최고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고 나에겐 그게 '사랑'이었다
.
아마도 그 사진이 내 마음에 들어와 버린 순간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살다가 죽고 싶다'라는 소원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자신을 속이며 살았던 내가 내 인생의 소원을 다시 직면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는 우연이 없다고 믿는다.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얼마 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단지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났고 그 사람과 하루하루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
물론 힘들 때도 있고 현실에 지칠 때도 있고 서로 작은 일로 티격태격 다툴 때도 있지만
우린 여전히 함께 손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소원은 딱 이 만큼만 그와 함께 행복하기를 바란다. 딱 이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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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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