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한 개에 담긴 시어머님의 사랑

by 정민유


"여보 엄마가 이거 당신 주래"

시댁에 다녀온 남편이 검은 봉다리를 내밀었다.

' 또 뭔가를 싸주셨나보다'

" 뭔데?" 하며 열어보니 엄청나게 큰 복숭아 한 개가 들어있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복숭아였다.

"너무 달고 맛있다고 꼭 당신만 먹으래 그리고 이거 한 개에 6천 원짜리래"

'아... 어머님...ㅜㅜ 너무 맛있으니 내 생각이 나셨나보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차가운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서 자란 난 엄마를 따뜻하게 느껴 본 적이 거의 없다. 굳이 애써 찾아보자면 열이 나고 아플 때 엄마가 이마에 손을 대었던 거 정도.


어머니는 우리 엄마와는 정반대시다. 그저 자식들 더 해주고 싶어서 안달하시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시다.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 시어머니께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게 뭔지 처음 배웠다.

'아... 어머니의 사랑이란 게 이런 거구나..'

어머님은 경상도 분이라 말투도 부드럽지 않고 목소리도 크시다. 하지만 속마음은 너무나 보드랍고 따뜻하시다.


어머니의 손가락은 낫처럼 휘셨다. 하도 일을 많이 하셔서.. 무릎도 인공관절 수술하신 지 오래고 허리도 많이 아프시다.

그런데도 시골에서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셨기 때문에 절대 며느리들 일을 안 시키신다.

명절 때 설거지라도 할라 치면

" 됐다 마 가서 앉아 쉬라" 하시면서 주방에 얼씬도 못하게 하신다.


집으로 올 땐 가지가지 나물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그런데 어머니가 주무시다가 이불킥을 하시며 벌떡 일어나셨다고 한다.

바로 뭔가를 빼놓고 안 싸주셨을 때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을 때 마음이 찡했다.


결혼한 지 20년 된 형님도 어머니가 하도 일을 안 시키시니 고맙다며 형님 어머니가 밍크코트를 선물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하고 전화가 하고 싶어 진다.

"어머니 잘 지내세요?"

" 그럼 내사 마 잘 지낸다."

"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없으세요?

" 내 신경 쓰지 말고 너거들 맛있는 거 먹고 잘 지내믄 된다 마"

" 언제든 생각나면 얘기해 주세요."

" 그래 고맙다. 이래 전화도 해주구"

" 아니에요. 제가 항상 더 고맙죠"


엄마한테는 생전 전화도 안 하는 내가 시머머니께 먼저 전화하는 거 보면 '역시 사랑의 힘이 놀랍구나' 하고 나 자신도 신기하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자란 남편이기에 사랑을 잘할 줄 아는 거겠지.. 살짝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남편 덕분에 사랑이 넘치는 어머님, 아버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여한이 없다.

이 나이 되어서야 따뜻한 사랑이란 게 뭔지 알게 되었다.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도 더 많이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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