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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Sep 30. 2023

추석날 시댁에서 놀이 3종세트



이것은 무슨 사진이냐?

바로 가족 윷놀이 비디오 판독하는 사진이다.

무슨 올림픽 경기도 아니고 가족 윷놀이에서 비디오 판독까지 한다는 게 말이 돼? 하지만 이건 실제상황이었다.


어제 시댁 둘째 형님 댁에 네 남매가 다 모였다. 미국에서 다니러 온 큰 시누이는 " 오늘은 다 같이 윷놀이, 퀴즈대회 그리고 고스톱 이렇게 진행할 거야.' 그러다 그 얘기를 듣는 나 포함 남동생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무슨 윷놀이에 퀴즈대회야..?'


소고기를 구워 점심 식사를 맛나게 하고 나자 시누이는 " 자 이제 윷놀이부터 시작해야지"라고 하셨고 모두들 귀찮지만 너무 강력하게 주장을 하시니 못 이기는 척 둘러앉았다.


어머님, 큰 시누이와 큰 아주버님, 둘째 아주버님 부부, 우리 부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뉘어서 윷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처음 심드렁했던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윷놀이의 열기는 온 집을 불태울 듯 후끈 달아올랐다는 거.

' 좀 전에 억지로 끌려가듯 한 사람들 맞아?'


" 개만 나오면 앞에 두 개 엎은 거 잡을 수 있어"

" 빽도 나오면 바로 나올 수 있어"

" 개 잡고 걸 하면 돼"

" 아 다 잡혔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 와~~~ 모다"


모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전의를 불태웠다.

남편은 개띠여서 그런지 던지면 개만 나왔다.

그러다가 정작 남편이 개를 하면 앞에 있는 형님네 부부의 말을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월월~~"

나도 모르게 개 짖는 소리를 했다.

그 소리에 거기 있던 모든 식구들이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를 했다.

" 아니 어쩜 그렇게 개 짖는 소리를 잘 내?"

개 짖는 소리 덕분인지 남편은 개가 나왔고 형님네 말을 잡았다.


개 짖는 투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판은 우리 부부가 꼴찌였다. 큰 시누이팀이 1등이었다.

두 번째 판은 우리가 처음에 잘 되어서 이길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둘째 아주버님이 연달아 네 번인지 다섯 번인지 모를 던지셨는데...(둘째 아주버님이 던지면 모가 자주 나왔다)


다섯 모면 1등으로 판이 끝날 판이었다. 네 모다, 다섯 모다, 한창 실랑이를 벌이다 마침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던 큰 시누이가

" 이거 돌려보면 되겠다" 하셨고 네 명의 오누이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비디오 판독 중이신 사진을 기 막혀하며 동서가 사진을 찍으셨다.

결국은 다섯 모를 하셨다는 게 판명되었고 둘째 아주버님 가족의 승이었다!!^^


이렇게 피 터지게 윷놀이를 한 이유는 바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내기'였다는 건 안 비밀.ㅋ


역시 우리의 전통 윷놀이는 좋은 것이여.

모두들 큰 시누이의 의견에 따라 윷놀이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얼마 만에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박장대소하며 웃고 떠들었는지...


"형은 무슨 모 던지는 비법이 있는 거 같아" 1등을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듯 남편이 말했다.

남편은 둘째 형이 윷을 던지는 방식을 매의 눈으로 꿰뚫어 보았다.

그러더니 윷놀이가 다 끝나고 나서 뒷북치며 모 던지기 연습을 해서 결국 비법을 알아냈다.

"모두 내년 설 때 다시 한번 붙읍시다!!"


그 이후로도 큰 시누이가 내온 50개가 넘는 퀴즈를 푸는 퀴즈 대회가 이어졌다. 가족들의 생일이나 역사, 상식, 성경퀴즈등으로 구성된 문제들이었는데 승부욕이 발동한 내가 1등을 해서 상금도 받았다.  조카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전투적으로 퀴즈대회에서 1등을 하려 했던 이유는 윷놀이에서 진 하겐다즈 값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 후로도 이어진 고스톱으로 추석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밤 10시가 넘어서 아쉬운 듯 헤어지는 우리들의 마음속엔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추억의 무늬가 아로새겨졌다.


" 여보 당신 덕분에 이렇게 따뜻한 가족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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