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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ul 02. 2022

4박 6일 다낭 패키지여행이 남긴 것

선택관광이 강요되는 현실



일찌감치 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를 겪으며 뭔가를 뒤로 미루지 않게 되었다.

"할 수 있을 때 하자"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인생..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방식을 그런 식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10월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 갔었기에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길 기다렸다.

 다 가고 싶었던 다낭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적당히 자유시간이 있는 세미패키지로 예약을 했다. 거의 3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이라 남편과 난 한껏 들뜬 마음이었다.


저녁 6시 반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반을 날아갔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 약도 두 번이나 먹었다.

오랜만의 비행이 쉽진 않았던 것 같다. 목과 허리에 통증이 오고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수속을 다 마치고 나오니 한국시간 12시가 다 되어있었다.

그런데 현지 가이드가 다짜고짜 그 시간에 전신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는 거다.

원래 일정은 마지막 날 비행기 타기 전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2시간씩이나.

그러고 나서 호텔까지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빨리 호텔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무조건 그렇게 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얼떨결에 한밤중에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약한 체력에 이미 과부하가 왔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은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뭔가 잘못되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가이드는 선택관광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푸드, 호이안 야간 투어, 한강 유람선, 전통 바구니 배등.. 거기다 전신 마사지도 추가로 받기를 권했다.

'그래서 도착한 날 한밤중에 마사지를 받게 한 거구나...'

우리가 선택관광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얼굴빛이 확 변하는 게 느껴졌다. 우리도 그런 분위기에 마음이 상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둘째 날 37도를 웃도는 땡볕에 타고 싶지도 않은 전통 바구니 배를 탔다.

우리나라 트로트 음악을 크게 들어놓고 2명씩 바구니 배에 타고 베트남 사람이 노를 저어 구정물 같은 곳을 20분 정도 투어 하는 거였다.

중간중간 배를 둥글둥글 돌리며 묘기를 부리는 사람이 있었고 관광객들은 팁을 줬다. 그러면 팁을 더 받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게 느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원숭이가 묘기를 부리고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원하지도 않은 이런 관광을 일정 중간에 끼워 넣어 무조건 받게 만든 것에 엄청 화도 났다.

결국 배에서 내린 후 머리가 어지럽고 뜨거운 열기에 일사병 증상으로 탈진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다음 일정은 하지도 못하고 남편과 택시를 타고 먼저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날의 피로까지 겹쳐 저녁도 못 먹고 8시가 넘도록 잠을 잤다. 겨우 일어나 호텔에서 뭔가를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일정을 마친 가이드가 연락이 왔다.

내가 불편한 감정을 담아서

"저희가 세미패키지로 온 건 체력도 약하고 여유로운 일정이 좋아서 온 건데 그렇게 선택관광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면 어떡해요?"

그랬더니 항공료와 특급 호텔비를 제하면 남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러면 그런 걸 미리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니까 여행사에서는 모객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에 올릴 수밖에 없다고...


듣고 보니 현지 가이드의 입장도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 시스템 상의 문제 때문에 오랜만에 즐거운 여행을 기대했던 우리 입장에선 비싼 돈을 내고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날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중간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마 1인당 50만 원씩 추가 비용을 내야 했을 상황이었다.

안 좋은 경험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이런 여행업계의 실태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 날 쇼핑센터를 두 군데 방문했는데  안사면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코코넛 커피와 라텍스 베개를 샀다.

둘 다 50불이었는데도 가이드 표정은 시큰둥했다.

80~90년대의 관광 문화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힘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이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 특히 연세 많으신 노부부는 쇼핑을 거의 200만 원 정도 하셨다고 했다.


좋았던 많은 여행이었지만 이 부분이 계속 기분을 안 좋게 만들었다. 글로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글을 쓰면서 털어내 보고 싶었다.

여행 내내 속상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었다.

설마 요즘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었다.

사전 지식이 부족했다고 자책도 하게 되었다.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선택관광 강요'는 최근까지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흔한 일이었다.

다음에 어디로 여행을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패키지여행을 가야 한다면 꼭 노옵션, 노쇼핑인 상품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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