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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ul 02. 2023

뇌쇄적 눈빛의 그녀가 나를 불렀다

남편 버전

 

4년 전 6월 어느 날

가까이 지내던 금화백님이 인사동에서 지인들 모임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난 그저 편하게 맥주나 마시고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에 가겠다고 대답을 했다.  


인사동의 한 주점. 이른 저녁 시간이었지만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금화백님 말고는 거의 모르는 분들이었다. 어차피 맥주를 마시는 게 목적이었기에 남자들만 앉은 테이블에서 맥주를 한, 두 잔 마시고 있었다. 

그때 운명의 그녀가 모임장소로 걸어 들어왔다.


‘ 아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건가?’  


큰 키에 검은색 인어스커트와 검정 니트를 입은 화려한 느낌의 여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거짓말처럼 그녀의 뒤로 아우라가 보였다. 50년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모임 주선자와 처음 보는 사이인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여자들만 앉은 옆 테이블에 앉았다. 여자분들과 뭐가 그리 즐거운 지 깔깔대며 대화를 나누는 그녀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나를 탁 쳐다보는 것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주저함 없이 “이리 오세요”라고 나를 불렀다.


평소에 내 성격으로는 여자들만 모여있는 테이블로 간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이거다’ 생각되는 결정적인 순간엔 일단 전진한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거침없이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다섯 명의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그녀는 나보다 5살 연상의 심리상담사였다. 그리고 아이가 셋 있는 돌싱이라고 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그녀의 눈빛이었다. 호기심 가득하면서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하지만 그 눈빛이 싫지 않았다. 저돌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모습도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마시던 맥주가 떨어지자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나를 위해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여자다'란 확신을 가졌고 이미 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보통의 인연이 아닐 거라는 나의 촉이 결국은 틀리지 않았다.


2차로 노래방에 가고 자연스레 옆 자리에 앉고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 그녀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다. 그때는 다른 람들의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운명적인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난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라갔다.


 화장실로 따라가고 있는 내 머릿속엔 수없는 말들이 파도를 쳤다. 뭐라고 해야 이 순간 가장 멋지면서 과하지 않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머릿속을 맴돌던 수많은 문구 중에서

 “당신의 뇌쇄적인 눈빛을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이 말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고 0.5초도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내 가슴에 커다란 팡파레가 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우리가 되었다.


운명 같은 만남이란 말을 믿지 않았다. 그건 소설이나 영화 속에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50살의 내게 그 운명 같은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이 쓴 게 아니라 남편 마음을 상상해서 제가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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