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도 그랬었다.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고서도 상대에게 맞추는 자존감 낮은 여자로서 사랑을 했다. 상대에게 모든 걸 맞추면 사랑을 받을 줄 알았다. 일명 " 착한 여자 콤플렉스"
하지만 그 결과는 사랑을 받기는커녕 무시당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했다.
원가족에서 착하기 때문에 사랑받았다고 믿었었다. 착하다는 게 내 정체성의 가장 큰 부분이었다.
오늘 만난 그녀도 그랬다. 결혼하고 20년 이상 남편에게 헌신했다. 남편이 원하는 대로 맞췄고 자신이 원하는 건 표현하지 못하고 참았다. 직장생활을 할 때 회식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빨리 오라고 하면 절절매면서 눈치를 봤다. 동료들이 왜 그러냐고 해도 그녀는 그렇게 맞출 수밖에 없었다. 가서 남편의 저녁을 차려줘야 한다는 아내로서의 과도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20년 이상 쉼 없이 일을 해온 그녀가 작년 말부터 일을 쉬고 있다. 아니, 완전히 쉬는 건 아니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남편은
" 별 할일없이 시간 낭비하고 있네.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렇게 얘기하면 그녀는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면서도 어떤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요즘 그녀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여유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쉼과 충전의 시간도 정말 필요한 건데.. 아내로서 엄마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는데..
왜 당당히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야.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나도 이런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그랬던 그녀가 요즘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과도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의 태도 변화에 남편은 처음엔 좀 더 강압적인 말로 그녀를 통제하려 했지만 그녀는 거기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미 마음에서 남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놨기 때문에...
" 나 내년에 박사과정 들어갈 거야." 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말했다.
" 당신 성격에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논문도 쓰지 못할 거고 설사 학위를 땄다고 해도 취직이 쉽게 될 줄 알아? 돈도 많이 들고.. 굳이 왜 당신이 박사를 해야 하는 건데?" 역시 남편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 이제부터 난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살 거야."
예전 같으면 남편이 반대하면 그녀도 못 이기는 척 그 의견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의존적으로 남편에게 다 맞췄지만 최근에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편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을 하고 있어서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의견은 그냥 참고만 할 뿐 정말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제는 남편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녀에게 잘 대해주고 그녀의 관심을 끌려는 제스처도 한다. 그녀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생소하고 어색했다.
" 도대체 남편이 왜 이러는 걸까요? 이해가 안 돼요."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물었다.
" 원래 헌신하면 헌신짝 돼요. 자기 마음대로 다 되는 여자는 무시당하기 쉬워요. 요즘 ㅇㅇ씨의 당당해진 모습이 남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데요."
" 남자들은 진짜 이상해요. 내가 그렇게 잘해주고 헌신할 땐 무시하더니.."
" 여자는 도도한 게 매력적으로 보이거든요. 너무 착한 여자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 같아요."
" 아... 그렇구나... 난 그걸 몰랐네요."
이제야 최근 남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납득이 되는 듯했다.
그녀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있다.
착해야지만 사랑받는다는 말 따위 이젠 그녀에겐 통하지 않는다. 아마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아내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남편은 이제서야 인격 대 인격의 관계로 아내를 존중하면서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