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과 내향 사이, 어느 게 나의 본성일까?

영락없는 집순이가 되었다

by 정민유


'외향, 내향 어느 게 내 본성일까?'

오랜 시간 내면에서 궁금해했던 질문이다.


40대가 되면서 극외향으로 변한 난 하루라도 집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밖으로 나갈 궁리만 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셋이니 무슨 이유에서건 외출할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차분히 집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그랬을까?'

집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남편과의 관계가 불안정하고 사랑한다는 걸 못 느껴서였을까? 아마 둘 다였겠지.


운동을 하고 뭔가를 배우고 쇼핑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것들로부터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

그 당시 내 성향은 ENFP였다. 극외향이어서 외부와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성향이니 그렇게 사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땐 체력도 좋았나 보다. 하루에 3~4개의 스케줄도 너끈히 소화했었으니...


5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56세에 암수술과 방사선치료를 했던 게 가장 큰 이유이리라.

어느 암환우분이 쓴 글에서

'암환자는 갑자기 에너지가 확 떨어지고 눕고 싶어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나다가 갑자기 집에 가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이해해 주세요'라고.


암환자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무릎이 아프면서 제대로 걷지 못하니 체력이 더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최근엔 장 마비 증상으로 입원까지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체력이 제일 약해진 느낌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2시간 이상 대화를 하고 나면 집에 와서 무조건 침대에 누워 1~2시간은 쉬어야 한다.

그야말로 기진맥진이 된다.


그래서 하루에 스케줄이 2개 이상이 되면 아침부터 마음에 부담감이 느껴진다. 지금도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너무 좋아하지만 변해버린 나의 체력에 내가 맞춰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상담케이스도 1주일에 7~8 케이스정도다.

작년까지도 상담이 많을 때는 15~20 케이스 상담을 했었는데 말이다. 지금의 체력으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모임이나 약속도 1달에 2~3개밖에 안된다.


그 외의 시간엔 그냥 집에 있는다. 집에서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고 글도 좀 쓰고 반찬을 만들고 청소도 한다. 기껏해야 집 앞 공원에 나가 잠깐 걷고 들어오는 게 다다. 그야말로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싫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영락없는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책 쓰기를 하다가 멈추고 있긴 하지만 열심히 책 쓰기를 했던 7~9월엔 하루종일 쓰고 싶은 책의 콘셉트를 잡고 목차를 정하고 유사도서 분석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지냈다.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상담공부를 시작하면서 나의 양면적인 면 때문에 '어떤 게 나의 본성일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어릴 때부터 4학년까지는 외향성이었고 사춘기가 온 5학년부터 40살까지 쭈욱 내향성이었다.

40대는 극단적인 외향으로 변해서 남편을 만난 55세까지 외향적인 성향으로 신나게 살았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다시 내향으로 변해버렸다.


처음에 내가 다시 내향적으로 변했다는 걸 인식하면서 신기했다.

'내가? 그렇게 극외향이었던 내가 내향이 되었다고?' 그게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마 예전에 내향이었을 땐 자존감이 낮은 상태여서 내향인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보다.


내향으로 변한 요즘도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 말도 많아지고 에너지가 확 올라간다. 그럴 땐 영락없는 ENFP 다. 극내향으로 살 때 난 외향적이고 싶었고 내향인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향적인 모습이 뭔가 사회적으로 더 잘 기능하는 매력적인 모습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내향적으로 변한 지금은 ENFP 일 때건 INFP 일 때건 둘 다 나라고 느낀다. 내 안엔 양면적인 내가 있어서 필요에 따라 외향, 내향을 자유자재로 꺼내서 쓸 수 있나 보다. 그래서 지금은 두 모습 다 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게 되었기에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결국은 이것도 사랑이구나... 자기 사랑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