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난 59살이다.
크리스천이기에 아홉수 이런 거 안 믿는데 진짜 올 한 해 너무 힘들고 아팠다.
일단 1월 초에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타려고 하다가 무릎이 삐끗했다. 다행히 치료를 받고 괜찮아지는 듯했다.
그러다 3월 초에 아침산책을 나갔다가 그 자리가 다시 삐끗했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그때부터 병원 순례를 다녔다. 거의 10개의 병원을 다녔던 것 같다. 나아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하지만 그 희망은 무참히 무너졌다.
Mri결과는 슬개골 안쪽 연골이 다 닳아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거.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나이가 젊어서 권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운동을 해서 주변 근육을 키우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필라테스 운동을 하며 무릎통증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5개월 정도 하니 계단을 한 발씩 딛고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기뻤다. 그러다 겨울이 오니 그동안 괜찮던 허리 통증이 또 도졌다. 무릎도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허리와 무릎통증 때문에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잘 걷지 못하니 체력도 점점 떨어짐을 느낀다.
또 자궁경부암 방사선치료 후유증으로 장폐색 증상이 생겨서 응급실 간 것만 5번, 입원도 2번 했었다. 응급실을 갈 때는 배를 칼로 찌르듯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소화가 안될까 봐 불안하다.
먹지 못하는 음식이 늘어나니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10월엔 여동생이 대장암 4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나도 암을 겪었지만 말기암이라는 건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같이 진료를 보러 들어가서 온 장기에 퍼진 암을 확인하는데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수 있지?"
2주 전엔 사고로 남편이 갈비뼈가 4개나 골절이 되었다. 옆에서 아파하는 남편을 보는 게 내가 아픈 것만큼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아플 때 남편 마음이 이랬겠구나...
마음속에서 '2023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주도 안 남았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심한 기침과 두통, 발열이 생겨 병원을 가니 독감이라고 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올해 유일한 목표는 책 쓰기였는데 몇 번이나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난 잡초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온다고 해도 난 해내고야 말겠다.
내년엔 좀 덜 아팠으면... 희망을 가져봐도 괜찮을까?